
척추 수술 후 장기간 경과 관찰 과정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된 점이 의료과실로 인정된 판결이 나왔다.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 자체보다 이후 진료 과정과 설명 여부가 손해배상 책임 핵심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의정부지방법원(판사 김선용)은 “최근 국군수도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발생한 후유증과 관련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약 1억835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육군 상사로 복무하던 군인으로 과거 세 차례 허리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러던 2015년 1월에는 부대 훈련 중 부상을 입어 좌우 발목 인대 재건술을 받았고, 회복 중 다시 넘어지며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야간 훈련 중 목발을 짚고 이동하다 또 넘어지면서 허리와 목 통증이 이어졌고, 4월 20일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4월 22일 척추유합술(1차 수술)을 받으나, 수술 이후 좌측 하지 통증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다시 이틀 뒤 척추후궁절제술(2차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재수술 이후에도 통증은 이어졌고, A씨는 신경차단술과 케타민 주사치료 등을 받으며 치료를 지속했다. 이후 민간병원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척추후궁절제후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1차 수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척추 고정용 구조물인 ‘케이지’ 삽입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수술 부위에 뼛조각이 남는 등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지속됐다며 약 2억2375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우선 신체감정 결과 A씨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대신 말초신경병증과 척수 수술 후 통증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 가운데 재판부는 1차 수술 과정에서 케이지가 잘못 삽입된 과실을 인정했다. 수술 직후 CT 영상에서 케이지 위치 이상이 확인됐고, 수술 다음 날 통증이 악화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1차 수술 과실과 후유증 사이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수술을 통해 케이지 위치를 교정하고 감압 조치를 취했고, 이후 허리 통증이 점차 좋아졌다”며 “해당 과실이 현재 증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책임이 인정된 핵심은 2차 수술 이후 진료 과정이었다. 재판부는 “2차 수술 이후 케이지 외부 돌출과 신경근 압박 등이 진행됐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신경압박이 발생 또는 증가해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했거나 악화됐다”고 봤다.
재수술 이후에도 케이지 돌출과 뼛조각 잔존으로 인한 신경 압박 상태가 지속됐고, 이후 CT 검사에서는 케이지가 뒤로 이동하며 신경 압박이 악화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재수술 필요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최초 수술에서 케이지가 잘못 삽입된 사실은 알리지 않았고 재수술이 이뤄질 때까지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 인정 안돼…재수술까지 책임 이어져
반면 원고가 주장한 신경 손상으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 수술 부위 불유합 등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케이지 후방 이동 자체는 환자 생활습관이나 기왕력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현상으로 보고 의료진의 과실로 보지 않았다. 다만 이동이 확인된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과실로 인정했다.
병원 측은 수술이 이뤄진 2015년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 과실이 재수술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된 점을 고려할 때 수술 시점에서 책임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환자가 민간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은 2017년 무렵에야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원고의 기존 수술 이력과 기왕 통증,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책임을 70%로 제한하고, 위자료 1500만원을 포함한 손해배상액을 1억8353만6836원으로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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