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연구개발 유인 확대 등을 위한 가격 조정이지만, 현장에서는 생산 중단과 품절, 유통 혼선, 위탁생산 위축 등 연쇄 충격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산·유통·영업 등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 품목 재편, 수익구조 조정 등 경영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데일리메디가 이번 정책이 단순 약가 인하를 넘어 국내 제약산업 체질과 생존 방정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정책의 후폭풍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가격 조정 수준을 넘어 일부 품목의 생산 중단과 품절이 현실화되면서 유통과 영업, 위탁 생산까지 이어지는 제약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특히 수익성 악화가 공급 포기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시장 공백이 다시 유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재편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감지되면서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조치이지만 현장에서는 “수익성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낮은 마진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고정비를 고려할 때 사실상 적자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들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품목을 중심으로 생산 축소 또는 공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규 제네릭 출시 계획을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매출원가율은 통상 60~70% 수준이다. 1000원짜리 약을 기준으로 보면 600~700원이 원가로 들어가는데 여기에 제조·인건비, 품질관리, 물류·포장비 등 고정비가 포함된다.
이 상황에서 약가가 45% 인하되면 동일 제품 가격은 약 84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비용 구조는 그대로인데 수익만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원료비와 인건비가 매년 상승한다는 점이다. 약가는 계속 낮아지는 반면 고정비는 오르면서, 판매량이 늘어도 이익이 남지 않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원제약은 고원가 부담을 이유로 ‘대원디아제팜정 2㎎’의 생산과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해당 제품은 보험약가가 한 알당 22원에 불과, 생산비가 이미 이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인제약 역시 원료 수급 문제와 낮은 약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명인피모짓정 4㎎’ 공급 중단 계획을 보고했다.
생산 중단 현실화…필수의약품 공급 영향 불가피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업 경영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제네릭 의약품은 항생제나 만성질환 치료제 등 의료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치료 수단인 만큼 특정 품목 생산 중단은 곧바로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품목의 품절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일수록 공급 불안 가능성이 더 크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약가 인하로 인해 생산이 줄어들면 대체약 사용이 증가하고, 일부 품목은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결과적으로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영업 구조 흔들…CSO 의존 모델 타격
약가 인하의 충격은 생산 단계에 그치지 않고 유통과 영업 구조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약사 영업을 대행하는 CSO(영업대행사)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를 반영해 CSO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계약 조건을 재조정하면서 기존 영업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종근당의 경우 40여 개 품목에 대해 CSO 도입을 검토하고 수수료율 조정 단계까지 갔지만 약가인하 영향으로 계획을 무기한 중단했다.
CSO 의존도가 높은 중소제약사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영업망이 없는 상황에서 수수료 축소까지 겹칠 경우 제품 판매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인하를 계기로 제약사 영업 방식이 직접 영업 중심으로 일부 회귀하거나, 반대로 효율성을 이유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탁생산·생동 시장 ‘도미노’…산업 재편 신호
위탁생산(CDMO)과 위탁 생동 시장 역시 영향권에 들어섰다. 약가 인하로 제약사의 수익이 감소하면 가장 먼저 단가 압박이 가해지는 영역이 외주 생산과 생동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탁 생산 단가 인하 요구가 확대되고, 제네릭 생동 기반 사업 모델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술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위탁 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형 제약사나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물량이 집중되면서 산업 내 양극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제네릭 산업 전반이 ‘규모 경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인하 정책이 단기적인 재정 절감 효과를 넘어, 의약품 공급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 인하가 반복될 경우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공급 불안과 의료현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제네릭 의약품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가격 통제를 넘어 공급 안정성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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