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외과학회가 최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핵심인 외과 진료환경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한외과학회는 13일 “이번 개정안이 수술이라는 고도의 침습적 행위를 수행하는 외과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의료인에게만 일방적인 법적·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외과 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독소 조항의 전면 수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과학회는 먼저 ‘7일 이내 사고 설명의무’ 규정이 외과 진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외과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 인과관계는 단기간에 규명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7일이라는 짧은 기한을 설정하는 것은 의료진에게 불완전한 설명을 강요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과학회는 또 “위로와 유감 표명이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한 조항 역시 범위가 협소해 의료진이 언급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증거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며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의사 소통 전반을 보호하는 ‘포괄적 사과법’ 도입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서 정의한 ‘중대한 과실’ 모호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학회는 “특히 의학적 진료지침에서 현저히 벗어난 경우를 중대 과실로 보는 것은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이나 응급 상황에 따른 현장의 즉각적인 판단을 사후적으로만 평가해 결국 방어 진료를 유도할 것”이라 우려했다.
아울러 전공의 위임 후 미감독을 일률적으로 중대 과실로 규정한 점도 외과 인력 구조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형사법적 원칙 훼손과 형사특례 조항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안은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을 공소 제한 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통한 확정 판결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보험 미가입 책임을 보험 가입 여부를 통제할 수 없는 봉직의나 전공의 등 개인 의사에게 전가해 형사 불소추 혜택에서 배제하는 것은 형사법의 ‘개인책임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진단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전문성 결여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위원 17명 중 의료인이 5명에 불과한 현재의 구조로는 임상적 맥락과 수술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외과 수술의 과실 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과학회는 임상 전문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당사자 이의제기 절차와 의견 진술 기회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외과학회는 필수의료를 국가가 유지해야 할 공공재로 정의하며, 고액 보험료와 배상 책임을 의료기관과 개인에게만 전가하기보다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과학회는 “칼을 들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 의사들이 형사 및 민사적 처벌에 대한 공포로 수술실을 떠나지 않도록 의료 현장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법안을 면밀히 보완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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