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대 의대가 ‘불인증 유예’ 판정이 유지되면서 의학교육 현장을 둘러싼 파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재심사에서도 기존 판단이 확정돼 의대 정원 확대 이후 누적돼온 교육 여건 논란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지난 22일 전북의대 재심사 결과를 심의한 끝에 ‘불인증 판정 1년 유예’를 유지했다.
재심사 과정에서도 기존 평가를 뒤집을 오류나 객관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로써 건국대, 동국대, 한림대까지 총 4개 의대가 동일 처분을 받게 됐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의대생들은 강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성명을 내고 불인증 유예 제도의 제재 효과가 약하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의대협은 “이번 불인증 유예 판정이 교육 여건 개선 출발점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충분한 대응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힐난했다.
이어 “불인증 유예 제도는 대학에 일정기간 개선 기회를 부여하는 장치이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는 교육 여건 개선에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북의대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하며 이러한 지적이 기우가 아님을 강조했다.
의대협은 “전북의대는 24·25학번 통합 운영에 따른 대규모 강의와 제한된 시설 여건으로 학습환경 질 저하가 지적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 수 증가에도 학사 운영과 수업 진행을 도와야 할 조교 인력은 오히려 감축됐다”며 “학생 의견 반영과 적정 지원 인력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제도 보완 요구로 이어졌다. 의대협은 “교육 여건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개선 이행을 담보할 추가적인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교육의 질 확보는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육환경 변화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며 “교육의 질 저하는 장기적으로 의료인력 양성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원 속도에 밀린 교육 여건…정책·현장 엇박자
교수 사회에서도 비슷한 문제 의식이 감지된다.
수도권 소재 의대 A교수는 “이번에 불인증 유예를 받은 대학까지 포함해 정원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면, 실제 교육 여건이 정책 결정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평가기준과 정원 배정이 따로 움직인다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대학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정원 확대가 먼저 이뤄지고 인프라가 뒤따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대학들이 사후 대응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정부 지원 계획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지방 소재 의대 B교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제시됐지만 실제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항목에 지원이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설뿐 아니라 교수 인력 등 인적 자원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의대를 포함해 4개 의대는 1년 뒤 재평가를 받게 된다. 그 사이 교육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불인증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이후 교육 인프라 확충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번 유예 기간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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