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병원 단위 아닌 ‘권역·광역’ 대응
신상도 서울대병원 교수 ‘한국형 응급의료 책임의료조직(ACO)’ 제안
2026.05.02 07:30 댓글쓰기




29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의료개혁 TF토론회에서 신상도 서울대병원 교수가 한국형 응급의료책임의료조직(EMS-ACO)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 환자 대응을 병원 단위에서 권역·광역 단위로 바꾸는 구체적인 운영 구조가 제시됐다. 질환별로 책임을 나눠 맡는 한국형 응급의료 책임의료조직(EMS-ACO) 구상이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4월 29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의료개혁 TF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한국형 응급의료 책임의료조직 도입 구상을 설명했다.


현재 응급의료체계는 환자 구조 변화와 공급 한계가 맞물리며 기존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합질환 환자가 늘면서 단일 진료과 중심 대응이 어려워졌고, 장기요양 환자의 반복적 악화와 응급실 유입이 중환자실과 병상 운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까지 겹치면서 응급실 과밀화는 개별 병원이 아닌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응급의료 수요 압력은 전례 없이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정체되거나 일부 후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개별 기관이나 의료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공급 구조 역시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전국 170여개 응급의료기관이 각각 당직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이지만 동일 인력의 중복 배치와 병원 내부 협진 구조에 묶여 실질적인 대응 역량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환자 흐름 역시 중환자실과 병상,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병목이 반복되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병원 운영 한계…권역 네트워크체계 전환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제시된 해법은 질환 단위로 응급의료를 재편하는 방식이다.


개별 병원이 각각 대응하는 구조 대신, 특정 중증 응급질환을 기준으로 시도 단위 권역과 여러 시도를 묶는 광역으로 자원을 나눠 묶어 대응하고, 이를 국가 단위에서 총괄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 구상이다.


신 교수는 “지금처럼 모든 병원이 각각 당직을 서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에 위험이 커지는(time-dependent) 응급질환들은 권역이나 광역 단위로 묶어 지역 내에서 나눠 맡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적용 대상으로는 총 15개 중증 응급질환이 제시됐다. 응급처치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면서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하고, 단일 기관 중심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질환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권역 단위에서 대응하는 질환으로는 급성 위장관 출혈, 응급 담관 질환, 급성 심혈관 질환, 급성 호흡부전, 중증 패혈증, 급성 신부전, 급성 뇌졸중, 급성 복증, 중독 등 9개가 제시됐다.


광역 단위에서 운영하는 질환으로는 소아 이물·경련, 산과 응급, 중증 화상, 응급 안구 손상, 급성 대동맥 박리 등 6개가 포함됐다. 환자 수가 적거나 고난도 시술이 필요한 특성을 고려한 구분이다.


신 교수는 “핵심 응급질환부터 우선 시범 적용한 뒤 성공 사례를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 전환에 따른 재정 설계도 함께 제시됐다. 현재 전국 응급의료센터가 각각 협진 당직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권역 단위로 통합해 운영할 경우 약 1700억원대 공적 보상 구조로 전환할 수 있으며, 사회 전체 기준으로는 연간 1조6000억~1조7000억 원 규모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도 도입을 위해 법적 기반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신 교수는 “현행 법체계는 개별 기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협력 조직 운영이 어렵다”며 “건강보험 및 의료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예외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구상과 관련해 정부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제도 전환을 검토 중이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정부에서도 오랜 기간 지불 제도를 개편하는 관점에서 ACO를 살펴보고는 있다”면서도 “참여 의료기관이 명확한 기능을 갖고 강력한 결속력으로 이익과 리스크를 함께 공유하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 대해 “이 모든 조건이 완비돼야 하는데 아직은 제한이 있다”며 “지금은 중증 응급 기능을 중심으로 역할을 강화하고 병원 간 연계와 협력구조를 시범사업 형태로 만들어가는 단계로 이런 기반이 쌓여야 이후 제도 전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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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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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05.03 19:54
    국가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 서울대분당, 각 지역 국립대병원에 응급인력 지원해주고 중증외상, 고위험산모 등을 적극적으로 받겠다고 제도화하면 끝나는 일을 참 어렵게 풀어가네요...

    국가예산으로 지원을 받으니 책잉지는 공무원 입장으로 서울대병원부터 솔선수범 해주세요
  • 제안드림 05.03 19:34
    이런일 벌리기전에

    과연 지금 서울대 또는 분당서울대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중증외상환자를 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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