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上] 국내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2.3배가량 급증하며 환자 수 1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이 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난치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증상이 복통, 설사, 혈변 등 비특이적이라는 이유로 진단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다. 대한장연구학회와 데일리메디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5월 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국내 인식 수준과 진단 환경, 치료 접근성 개선 과제를 주제로 ‘염증성 장질환 치료 인식 제고’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교수(대한장연구학회 회장)가 좌장을 맡았으며 패널 토론자로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교수 ▲강상범 대전성모병원 교수 ▲김영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 교수▲박수범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권은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한지영 이대서울병원 간호사가 참석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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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조기 진단과 치료 체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연령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측면에서 조기 진단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월 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개최된 이번 정책간담회에선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증가세가 가장 먼저 화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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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패널로 참여한 예병덕 교수는 대한장연구학회가 발행한 최신 팩트시트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예 교수는 “2019년 기준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100명을 넘어섰다. 궤양성 대장염이 약 66명, 크론병이 약 37명 수준”이라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환자 수가 약 2.3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증성 장질환은 사망률이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어 한 번 진단되면 환자가 누적되는 만성 질환이기에, 향후 발표될 데이터에서는 유병률이 이보다 훨씬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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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을 맡은 정성애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지만 이제는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환자들이 도움을 당당히 요청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23년 기준으로는 전체 환자 수가 약 10만명에 근접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복통·설사·혈변, 과민성 장증후군·치질로 오인해 진단 어려워”
“일반 국민들, 질환 인식 부족…보호자에게도 ‘진단 지연’은 큰 심리적 부담”
전문가들은 환자 수 증가와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로 ‘진단 지연’을 꼽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젊은 연령층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초기 증상 발생부터 최종 진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특정 검사 하나로 확진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증상, 혈액검사, 바이오마커, CT·MRI,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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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범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특정한 검사 하나로 확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염증 단계에 따라 조직검사 결과가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통이나 설사 등은 과민성 장증후군과 유사한 경우가 많고, 궤양성 대장염도 혈변이 없는 경우가 있어 초기에는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환자나 보호자가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진단이 지연되는 사례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대한장연구학회를 중심으로 의료진 교육과 질환 인식 개선이 이뤄지면서 과거보다 조기 진단 사례가 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과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환자들이 의료진 인식 개선과 검사 접근성 향상으로 더 빠르게 진단되고 있는 점이 유병률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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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범 교수는 의료진 인식은 높아졌으나 일반인 인식은 여전히 낮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인식 개선이 유병률 증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에 비해 의료진의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젊은 환자들은 초기 증상을 단순 스트레스나 일시적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1차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병원에 와서야 비로소 이 질환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 지연은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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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자 간호사는 “환자 본인보다 부모가 진단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며 “청소년 환자가 많아 초기 소아과나 내과에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인돼 수년간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아이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단순 기능성 질환으로 생각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자책까지 이어지고, 진단이 늦어진 만큼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등 걱정을 많이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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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 간호사 역시 환자들이 학업과 병행하며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하며, 초기 진단 단계부터의 세밀한 접근을 강조했다.
“구조적 장(腸) 손상 전에 치료 중요” 조기진단 필요성
“1차 의료기관 교육·소통 이어 네트워크가 치료 골든타임 결정”
전문가들은 염증성 장질환에서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로 장기 예후 개선을 들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사망률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진단 이후 장기간 질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하지 못하면 합병증과 수술 위험이 높아지고 삶의 질(質)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크론병은 질환이 진행되면 장(腸) 협착을 비롯해 누공, 농양 등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손상이 나타난 뒤에는 약물치료만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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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교수는 “크론병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특히 소장에만 병변이 있는 경우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데 이 부위에서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크론병 만큼 강력한 초기 치료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진행에 따라 장(腸) 구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돼 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조기 강력 치료보다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빠르게 관해를 유도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 질환 간 치료 접근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진단 지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상급병원-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에 전문가 의견이 모였다.
의료전달체계 측면에서 1차 의료기관이 의심 환자를 적절히 선별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과 같은 계기를 활용해 관련 증상이 있을 경우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보도록 하는 대중 캠페인이나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 의료기관에서는 질환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필요시 소화기내과나 상급병원으로 적절히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차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이 허브 역할을 하면서 지역 의료진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기 교육이나 증례 기반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진단 및 의뢰체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도 “1차 치료 범위와 어떤 경우 상급종합병원에 의뢰할지 등 기준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환자를 접하는 다양한 진료과들이 조기 진단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항문 주위 병변 등 의심 소견이 있을 경우 빠르게 상급병원에 의뢰하면서 조기 진단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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