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1%, 호남 응급환자 이송 혁신사업 ‘부정적’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정책브리프 발간…“의료사고 ‘법적 부담’ 최대 걸림돌”
2026.05.15 05:15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금년 3월부터 호남권(광주·전북·전남)에서 시행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 현장 전공의 10명 중 7명은 부정적으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 전공의 82%가 환자를 수용한 후 처치 역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한성존)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원장 박창용)은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현장 실태를 분석한 정책브리프 제2호를 발간했다. 


이번 조사는 호남권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376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시행됐으며, 44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참여자는 진료과별로 응급의학과 10명, 내과계 22명, 외과계 12명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호남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중증환자의 경우 광역상황실이 실시간으로 수용가능한 병원을 파악해 구급대를 지휘하고, 지정된 병원은 우선수용토록 하는 게 골자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응급실 과밀화와 배후진료 공백, 사전고지 없는 이송 증가 등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71%, 시범사업 만족도 낙제점…“법적 책임 우려 커” 


연구원 조사 결과, 시범사업의 전반적 운영 만족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1%가 10점 만점에 3점 이하 낙제점을 부여했다. 최하점인 1점을 부여한 응답자도 32%에 달했다. 


특히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인 내과계(82%)와 외과계(83%)에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정책 수용성이 낮은데, 현재 운영 모델이 임상 현장의 실질적 여건과 자원 한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공의들이 지적한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수응답 결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82%)’이 꼽혔다.


이어 ▲광역상황실의 현장 수용 역량 파악 미흡(59%) ▲119 사전 고지 의무 폐지(57%) 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연구원은 “광역상황실의 현장 수용 역량 파악 미흡과 현장 자원 데이터의 실시간 동기화 미비 등은 시범사업의 구조적 결함이 의료진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으며, 이는 방어진료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일침했다. 


현장 중증도 분류체계에 대한 전공의들 신뢰도 역시 낮았다.


전체 응답자 66%가 구급대원의 사전 중증도 분류와 실제 임상 상태 일치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특히 응급의학과는 부정 응답률이 80%에 달했다. 


광역상황실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78%는 “상황실 이송지원 및 우선 수용 지시가 실제 병원 수술실·중환자실·배후진료 인력 상황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환자들이 원하면 병원 앞에 내려주고 수술할 의사 없어 수술 지연” 


현장 전공의들 목소리를 들어보면, 정책과 현실 괴리가 여실히 확인된다. 


우선 응급의학과의 경우, 광주의 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는 “워크인 환자로 진료역량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사전문의 없이 이송했을 때 대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광주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는 “경증환자지만 ‘환자들이 원한다’는 명목으로 연락이 오고, 안 된다고 하면 병원 앞에 내려주는 관행이 있다”며 “한정된 의료자원이 낭비되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배후 진료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전북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계 전공의는 “중환자실이 모두 차서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는데, 추가적으로 환자가 오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결국 환자들에게 해(害)가 된다”고 우려했다. 


광주 상급종합병원 내과계 전공의는 “중환자실이 없는데 중환자실 입실할 환자를 보내기도 하고, CPR 환자를 연달아 2명 보낸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처치는 지연되는 현실이다. 전북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계 전공의는 “다른 파트 교수님이 당직을 담당하는 날이라 배후 진료 연결이 불가능해 수술·처치 지연이 발생했다”고 술회했다. 


“응급실 뺑뺑이 해소, 단순히 구급차 목적지 지정만으로 해결 불가능”


이에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국회에 발의된 응급의료법 개정안 심사 및 시범사업 종료 평가에 반영될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중증·응급환자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과 국가 책임 기반 배상·보상체계 구축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간 치료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배후진료 인력 확충과 연계 프로토콜 및 전원 기준 정비 ▲병상·수술실·중환자실·당직 전문의 등 실시간 데이터 공유 체계 고도화 ▲광역상황실은 수용 지시 기관이 아니라 현장 의료진과 사전 협의하는 조정 중심 거버넌스로 기능 등이다. 


연구원은 “응급실 뺑뺑이 해소는 단순히 구급차 목적지 지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시범사업 종료 이후 반드시 현장 의료진 경험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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