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 사이에서 규제만 있고 혜택은 없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자 뜻 있는 종합병원들이 모여 ‘대한종합병원협회’를 설립됐다. 협회는 인건비 및 물가 상승, 의원급과의 수가 역전 현상 등으로 종합병원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문(門)을 두드리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회장(온병원그룹 원장)으로부터 지역의료, 특히 지역 종합병원이 처한 현실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그는 회장직을 맡게 된 이유로 “의료현장 최일선에서 지역의료의 참담한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한 현장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술회했다.
지역의료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 ▲불합리한 수가 및 평가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개설이 블랙홀처럼 지역의료인력을 빨아들여 지역 종합병원들은 심각한 구인난과 병상 가동률 급감으로 생존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평가제도와 관련해선 “대학병원에만 유리하게 설계된 현행 의료질 평가제도는 지역거점 병원들의 재정적 고사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역에서 24시간 응급·중증 진료를 묵묵히 책임져도 저등급으로 낙인 찍혀 역차별을 받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개탄이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료질 평가에서 1등급 대학병원은 입원환자 1명당 2만8390원을 지원받았지만 5등급 지역종합병원은 480원에 그쳐 그 격차가 무려 60배에 달한다.
600병상 기준으로 따졌을 때 연간 62억원과 1억원이나 차이난다.
정 회장은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를 확보해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국가 차원의 전향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지부가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지역수가제’ 도입 의사를 밝힌 만큼 단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수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최근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와 관련해 복지부와 국무조정실에 거듭 개선을 건의하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도 공동성명을 냈지만 복지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배경은 이러하다. 현행 제도는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중을 66.7%(3분의 2) 이상으로 강제하고 있는데, 환자 케어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추가 고용하려 해도 오히려 이 비율이 떨어져 환자 1인당 지급되는 가산금이 삭감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협회가 이 문제에 적극 앞장서는 이유는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는 종합병원과 회복기·유지기를 담당하는 요양병원이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한 몸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의 간호인력 규제로 돌봄 시스템이 무너지면 종합병원의 병상 순환과 환자 퇴원 계획에도 치명적인 병목현상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의료 질(質) 평가, 대학병원에만 유리하게 설계”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종합병원 병상 순환과 비슷”
“의원급 수가>종합병원 수가 기형적 구조 개선”
협회는 이 외에도 ‘의원급 의료기관과의 수가 역전 현상 개선’, ‘간병 급여화의 현실적 안착’을 위해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진찰료 등에서 의원급 수가가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보다 높은 기형적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간병 급여화 역시 중증 환자 위주의 제한적 적용을 넘어 급성기부터 요양병원까지 단절 없는 의료·돌봄 체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그 대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 정부와 국회는 10년 의무 복무를 전제로 한 지역의사제, 15년 의무 복무를 전제로 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등을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살리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취지는 공감하나 의무 복무를 강제하는 통제 위주 방식으로 해결이 불가하다”며 “통제와 낙인의 대상이 아닌 국가 의료안전망을 지키는 방식으로 명예를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울러 복무 이후 획기적인 인센티브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망 등 파격적인 보상체계가 설계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 회장은 진정한 방식으로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선 종합병원에 대한 정책기조가 ‘규제 일변도(一邊倒)’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장에서는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행정직원부터 마스크를 벗고 환자를 친밀히 응대토록 지침을 개정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과 헌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부 역시 서류상 인력비율 규제라는 탁상행정의 낡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환자 대면 인력 총량과 서비스 질을 유연하게 평가하는 현실적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협회는 향후 전국 330여개 종합병원이 한 뜻으로 결집할 수 있도록 회원병원 확대를 추진하고 정책 제언 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반 국민에게 종합병원이 지역사회 건강관리와 예방 활동, 감염병 전담의료 핵심 주체임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계 허리를 다시 세워, 국민들이 어디서나 안심하고 최고 수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형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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