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셀트리온 창사 이래 민주노총 계열 노조가 공식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섬식품노조 셀트리온지회(별칭 유니트리온)는 1일 창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지회는 “가짜 소통의 시대는 끝났다”며 “노동자들 헌신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과 존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선언문에서 “셀트리온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지만 생산 현장과 연구실, 글로벌 시장에서 헌신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자부심이라는 이름의 일방적 희생과 통보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경영진 의사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소모품이 아니라 셀트리온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상식이 통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조를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조직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현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사내 본조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급단체 연대와 구조적 힘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가입은 갈등과 대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소통 구조를 바로잡고 회사가 잃어버린 퍼스트 무버 위상에 걸맞게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깜깜이 성과급·연봉 동의 시스템 개선”
노조는 출범과 함께 네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PS) 산정 기준 마련과 협상 중심 임금 결정 체계 확립이다.
지회는 “투명한 기준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성과급을 수용해야 하는 깜깜이 보상 제도는 끝나야 한다”며 “연봉을 일방 통보한 뒤 그룹웨어 서명을 사실상 강제하는 연봉 동의 시스템 역시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부족한 FI 제도 개선과 복지포인트 확대,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두 번째 요구사항은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정규 인력 확충과 순환근무 체계 개선이다.
지회는 생산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 현장 업무를 엑셀 시트로 관리·감시하고, 생산 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이동 배치하는 방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장 근무자를 기계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인력 운영은 GMP 시설의 본질을 망각한 처사”라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생산 현장을 인원 돌려막기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가 AI 자동화를 통한 인력 효율화를 강조하지만 시스템 오류나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결국 현장 작업자가 떠안게 된다”며 현장 중심 인력 운영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세 번째 요구 사항은 부서 간 차별 없는 근무 자율성과 복지 확대다. 지회는 현재 운영 중인 유연근무제가 부서장 재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반반차 제도와 패밀리데이 등 대기업에서 운영 중인 복지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한편, 교대 근무자 수당 인상과 주 5일 근무자 근무환경 개선을 주장했다.
네 번째로는 조직문화 개선이다. 지회는 조기 출근 강요와 과도한 복장 규제, 3정5S 활동 강요 등을 지목했다.
노조는 “직원들은 윗선 기분에 따라 통제받는 학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이라며 “감시와 훈육 대상이 아닌 전문가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사내 소통 창구에 대해 “이미 실질적인 소통 기능을 상실했다”며 “노동조합이라는 대등한 협상 테이블을 통해 노동자 요구가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업계 확산되는 노조 움직임 촉각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지회 출범이 회사 지속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출범하면서 향후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주주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미국 시장 공략, 신약 개발 투자 등 대규모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 불거질 경우 생산 안정성과 경영 효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노동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 인력에 대한 적정 보상과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며 건강한 노사관계 구축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업계 노사 갈등은 단순 임금 수준보다 성과 보상체계 공정성과 조직문화, 소통 구조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며 “셀트리온 노조 출범 역시 이러한 변화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섬식품노조는 IT·게임, 화학, 식품,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독, 에스티팜, 애보트 등의 사업장 노동자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이번 셀트리온지회 출범으로 국내 바이오업계 노사 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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