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3년…환자·의사 ‘절반의 경험’
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 발간…“의료진 법적 책임 가중·전공의 교육 기회 감소”
2026.06.08 05:58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지난 2023년 9월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운영이 의무화됐지만 최근까지도 환자들 절반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의사들도 촬영을 요청받은 경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의료진은 “ 영상 관리에 따른 법적 책임 부담,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의료행위 위축, 전공의 교육기회 감소 등 제도 도입 당시 우려했던 부작용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수술실 CCTV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최근 2년 이내 전신마취 또는 의식하진정으로 수술을 받는 경험이 있는 국민 1000명, 수술 관련 진료과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 절반은 수술실에서 CCTV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49.5%만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촬영 경험이 있는 집단이 ‘알고 있다’는 비율이 높았고 촬영 경험이 없거나 촬영 여부를 모르는 경우는 ‘모른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환자가 CCTV 촬영을 요청한 이유는 ‘의료사고·과실 대비’가 74.6%를 기록하며 최우선 동기로 나타났고 이어 ‘권리 인식’ 60.5%, ‘의료진 신중 기대’ 53.5% 순이었다. 


환자들이 이처럼 CCTV 촬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상황에서 의료진의 경우, 촬영 요청을 받아본 의료진은 전체 절반(5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요청을 받은 의료진 중 67.3%가 10회 미만으로 요청을 받았으며 평균 14.79회를 기록했다. 실제로 수술실 CCTV를 촬영한 횟수는 1회 이상~5회 미만이 53.8%로 촬영 횟수가 많지 않았다. 


한 의료진 A씨는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는데 요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 환자분들은 저와 오래 알고 있다보니 굳이 촬영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수술 모습을 남기는 걸 내켜하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진들은 촬영 요청이 있을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기관 지침에 따라 처리했다(50%)’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환자와 상의 후 결정(26.9%)’, ‘가급적 요청에 응했다(23.1%)’ 순이었다. 


의료진 B씨는 “의료진 판단 하 거부는 주관적이라 3차병원에서 거부하면 그냥 ‘거부당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동네병원이 거부하면 소문이 날 거고, 작은 병원일 수록 의료진 판단에 의한 거부는 거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촬영을 받아들이는 건 수술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했다. 상황별로 촬영 요청 수용 의향을 살펴보면, 예정된 일반 수술 상황에서의 수용 의향은 높지만, 응급수술 및 고난도 수술 등 위급성이 있는 경우 수용 의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예정된 일반 수술, 환자가 수술 전날 요청한 경우 3.77%, 고난도 수술로 높은 집중도가 요구되는 경우 2.96%, 응급수술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는 경우 2.89% 등이었다. 


법적 책임 범위 여전히 불명확…“촬영하는 방에서 전공의 교육 거의 못한다” 


의료진들은 해당 제도 도입 전과 제도 시행 후 우려하는 사항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제도 도입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법적 책임 범위 및 면책 조건의 불명확성’ 32% ▲‘의료진-환자 간 신뢰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26% ▲‘제도 도입에 따른 의료진 업무부담 증가’ 10% 등을 우려했다. 


수술실 CCTV 외 대안으로는 ‘수술 전후 충분한 설명 및 상담 시간 확보’, ‘수술 참여 의료진 신원·역할 사전 고지’, ‘수술 과정·결과에 대한 상세한 의무기록 작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지원돼야 할 사항으로 의료진들은 ‘의료진의 법적 책임 범위의 명시’, ‘돌발상황 시 운영 방침’, ‘환자 안내 의무사항의 세부 기준 제시’ 등을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원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의료진 10명 모두 수술실 CCTV 제도가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진 C씨는 “원래 교수님들이 수술 중 간단한 건 해보라고 내려주는데, 나중에 법적 다툼 시 CCTV를 보면서 ‘당신이 이걸 내려줘서 환자가 불리한 문제가 생겼으니 책임지라’는 소리가 나오면 전공의 수련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법적인 문제로 다투면 교수님이 4년차에게 안 내려주고, 4년차는 3년차에게 안 내려주고, 3년차는 2년차에게 안 내려주고, 그렇다면 전공의 4년 동안 독자적으로 수술을 1번도 못 해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의료진 D씨도 “촬영하는 방에서 교육은 하지 않는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넣어놓고 깔끔하게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을 배정해서 한다”며 “이제는 이걸 못하는 것이다. CCTV 설치가 교육병원으로서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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