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만성콩팥병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지역별 투석 의료인프라와 전문 인력 분포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신장학회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연례학술대회(KSN 2026)에서 ‘만성콩팥병-투석전문의 Fact Sheet 2026’을 발표하고 국내 만성콩팥병 및 투석 진료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와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 대한신장학회 조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6.3%로 집계됐다. 남성은 7.0%, 여성은 5.7%로 남성의 유병률이 더 높았다. 2019년 8.0%에서 2023년 5.5%까지 감소했던 유병률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70대 이상에서는 만성콩팥병 유병률 25.9% 기록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70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5.9%에 달해 사실상 노인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는 이날 “70대 이상에서는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25%를 넘는다”며 “고령층 건강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질환 중 하나가 만성콩팥병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 2024년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신장장애인은 총 10만9035명이며, 이 가운데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이 필요한 ‘심한 신장장애’ 환자는 8만1306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투석환자 수는 경기도가 1만94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만3850명, 부산 6441명 순이었다. 반면 세종은 351명으로 가장 적었다.
다만 학회는 단순 환자 수보다 지역별 의료 접근성 차이에 주목했다.
심사평가원에 등록된 투석의료기관 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 1곳당 담당하는 투석장애인 수는 울산이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전·강원이 각각 66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은 54명, 대구는 52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이사는 “투석환자는 많은데 의료기관이 적은 지역과 상대적으로 의료기관이 충분한 지역 간 차이가 확인됐다”며 “지역별 의료자원 분포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투석전문의 1346명…전북·경북은 전문의 1명이 100명 이상 담당
말기콩팥병 환자의 투석치료를 담당하는 투석전문의는 올해 1월 기준 총 1346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약 75명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학회는 의정갈등 여파로 전문의 증가폭이 예년보다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황 이사는 “원래는 연간 100명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최근 의정갈등 영향으로 투석전문의 증가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병원 소속 전문의 감소가 눈에 띄었다.
황 이사는 “2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대학병원 소속 투석전문의 비중이 5% 이상 감소했다”며 “의정갈등 이후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으로 이동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전문의 분포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전북에서는 투석전문의 1명이 평균 132명의 투석환자를 담당하는 반면 서울은 39명, 광주는 45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북 역시 전문의 1명당 담당 환자가 117명에 달했다. 학회는 지역에 따라 전문의가 감당하는 환자 규모가 3배 이상 차이 난다고 분석했다.
황 이사는 “전북과 경북은 전문의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많지만 서울과 광주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며 “투석전문의 분포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지방의료 붕괴 우려…간호사도 부족”
학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인력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 이사는 “의정갈등 이후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의 수도권 이동이 늘고 있다”며 “지방 의료와 서울 의료의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석실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간호사 확보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석 전문인력의 지역 불균형은 향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대한신장학회 등록이사는 “혈액투석센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환자가 있어야 유지가 가능한 구조”라며 “지방으로 갈수록 환자 밀도가 낮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데이터 기반 국가 관리체계 필요”
학회는 이번 팩트시트 발표를 계기로 만성콩팥병 국가 등록체계 구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학회가 보유한 등록 자료와 국가 통계 간에도 일부 차이가 확인됐다. 학회는 기존 등록 자료의 경우 환자 이동이나 사망 이후 정보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환자 수가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유병률과 발생률 통계를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신호식 대한신장학회 투석이사는 “만성콩팥병은 고령인구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질환”이라며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해 만성콩팥병 국가 등록제 등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장도 “만성콩팥병이 단순히 당뇨병 합병증 차원이 아니라 독립적인 만성질환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인식 개선과 연구 기반 확대를 위해 학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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