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인력난에 의약품·기기 공급망도 ‘흔들’
시장 규모 작고 수익성 낮아 ‘생산 중단’ 반복…“정부 관리체계 강화 시급”
2026.06.12 07:04 댓글쓰기

소아과 전문의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소아 필수의료 현장에서는 의료기기와 의약품 수급 불안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 수가 적고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필수 의료기기 공급이 중단되고, 의약품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이를 관리할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1일 서울대병원 CJ홀에서 ‘2026년 정책 심포지엄-소아의료에 대한 제도와 법적인 위기,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윤 교수는 ‘소아 필수 의료기자재 수급 위기’, 세브란스병원 신생아과 은호선 교수는 ‘소아 필수 의약품 수급의 위기’를 주제로 발표하며 소아의료 현장이 직면한 공급망 문제를 짚었다.


환자 적고 수익성 낮고…반복되는 소아 의료기기 공급 중단


이상윤 교수는 소아 의료기기 수급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작은 시장 규모와 낮은 수익성을 꼽았다.


그는 “환자 수가 적고 시술 건수가 적은 반면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기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소아심장 분야는 연간 400~500건의 중재시술이 이뤄지는데 준비해야 하는 의료기기 품목이 무려 200종이 넘는다. 사용 빈도가 낮은 기기까지 상시 확보해야 하지만 시장 규모는 작아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 교수는 2019년 미국 고어(Gore)사의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당시 해당 제품은 선천성 심장병 환자 수술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였지만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단체 반발과 정부 협상이 이어졌다.


그는 “이 사례는 지난 2019년 발생했지만 소아 필수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응급 시술에 사용되는 일부 카테터 역시 국내 공급이 중단돼 정부의 희소·긴급도입 필수의료기기 사업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출생 후 몇 시간 안에 시술해야 하는 환자도 있는데 공급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구조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대체품이 없으면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FDA나 CE 마크를 받은 제품은 패스트트랙이나 조건부 사용 허가를 통해 먼저 사용하고 후 심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저수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최소 구매 보장이나 수가 보정, 공급 유지 보조금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藥) 끊기면 학회가 뛰어다닌다”…필수의약품 관리체계 부재


은호선 교수는 소아 필수의약품 수급 위기 본질을 ‘시스템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는 “필수 의약품 수급 문제는 단일 원인이 아니라 여러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는 문제가 생기면 의료진과 학회가 직접 나서 해결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는 하이드로코르티손 생산 중단 사태를 들었다. 하이드로코르티손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저혈압 등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필수 약제지만 생산 단가 문제로 제조업체가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생산 설비를 철수했다.


은 교수는 “다행히 공급업체가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둔 덕분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며 “학회와 의료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급업체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 공급 공백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사례가 오히려 현행 체계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은 교수는 “하이드로코르티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실제 사망 사례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재고가 충분해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필수의약품은 이런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조기 경보 체계가 없다는 점”이라며 “생산업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산 단가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지만 이를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필수 의약품을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국내 역시 공급 보장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 교수는 “현재는 위기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사전 모니터링과 조기 경보체계를 통해 공급 중단을 예방해야 한다”며 “특히 소아 필수의약품은 시장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만큼 별도의 관리 체계와 정부 주도의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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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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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입국 06.12 10:09
    의사는 의료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의협은 크게 각성하고 1) 대 정치권 여론형성 전략 2)자체 데이터 구축을 통한 정책자료의 꾸준한 축적 3) 정부정책 발표후 비판에서 벗어나 발표전 선제적 대안제시 준비태세 확립  4) 국가 의료 정책자료 모니터링 과제 적극 수탁  5) 소아의료 인력난등 조기 경보 시스템 가동을 통하여 정부가 의협에 의존하는 구조 확립  5) 대국민 소통전략 고도화로 환자중심의 명분 확보, 공익 캠페인 주도  6) 정치권 진출 전략을 수립하여 조직적, 합법적  정책함여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합니다. 필요하면 정책전략 전문가도 영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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