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조치에 들끓는 의료계…“구조적 문제 외면”
경찰, 응급의학 의사 2명 검찰 송치…“배후진료 안되는데 책임을 의사에 전가”
2026.06.17 05:35 댓글쓰기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추락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근무 의사 2명이 최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외면된 채 현장 의료진 개인에게 형사책임이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6일 지역 대형병원 소속 의사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의사 2명은 지난 2023년 추락 사고로 중상을 입은 10대 환자가 응급실에 이송됐음에도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고 발생 이후 복지부 조사와 행정처분, 병원들의 행정소송, 경찰 수사를 거쳐 약 3년 만에 형사절차로 이어졌다. 


복지부는 당시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병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이 가운데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도 부과됐다. 


이에 병원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명대동산병원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당시 병상 및 의료인력 운영 상황과 응급실 여건, 관련 행정소송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료진의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최근 의사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과 행정소송을 넘어 현장 의사 개인에 대한 형사절차가 본격화된 것이다.


의협 “구조적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응급의료 및 필수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환자 수용은 응급실 의사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며 “응급처치 이후 수술·입원·중환자 치료를 담당할 배후 진료 전문인력, 중환자실과 수술실 여력, 당직 전문과의 대응 가능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를 간과한 채 사후적 결과만을 근거로 의료진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결정을 내렸다”며 “국가와 제도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처분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협은 송치된 의사 2명 가운데 1명이 당시 전공의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공의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인 수련체계의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처사”라며 “필수의료를 선택하려는 젊은 의사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료진 판단을 범죄로 규정하면 응급의료 붕괴”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넘어 의사 개인에 대한 형사절차로 이어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복지부가 인력·시설·장비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 전원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제시해왔음에도, 이번 사건에서는 의사 개인이 형사절차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 스스로 ‘받지 않아도 된다’던 상황인데 거꾸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됐다”며 “보건복지부의 기만적인 행정처분이 결국 현장의사를 옥죄는 사법적 단두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 “특정 환자를 응급실에 수용할지 여부는 단순한 행정적 접수가 아니라 응급실 상황과 배후 진료 인력, 장비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학적 판단”이라며 현장 의료진의 판단을 사후적으로 범죄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의사회 역시 “현장 의사들은 환자를 거부하고 싶어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며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용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결국 모든 책임은 응급실 의사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결과의 비극성만을 앞세워 현장 의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응급의료 개선이 아니라 응급의료 해체를 앞당기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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