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허덕이던 소아·모자 필수의료 현장에 ‘가치 기반 보상’이라는 새로운 지불제도의 2막이 올랐다.
단순히 발생한 손실을 사후에 메워주는 1차원적 지원을 넘어, 병원 전체 재무 흐름을 들여다보고 철저히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겠다는 정부의 쇄신 의지가 읽힌다.
최근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및 중증 ·권역 모자의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지침 개정 안내를 공개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기존 행위별 수가제가 품고 있던 구조적 모순을 덜어내고, 의료기관이 필수 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패막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원가 수집 체계 강화…병원 재무 분석
오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이어지는 2기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원금 산출 뼈대가 되는 회계 및 원가 자료 수집 고도화다.
1기 사업에서는 센터 중심 자료 수집에 그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기부터는 상세내역 제출로 서식을 일원화하고, 센터를 품고 있는 의료기관 전체의 원가 자료를 수집하도록 규정이 개편됐다.
여기에 외부재원이나 감면액, 삭감액 등의 내역까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서식을 개선하고, 기존 엑셀 제출 방식에서 ‘e-Form’ 시스템으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 데이터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이는 병원 전체 재무 흐름 속에서 센터가 겪는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과 낸 만큼 확실한 보상”…당근과 채찍 동시 마련
평가 기준과 보상체계 역시 한층 현실적이고 엄격해졌다. 의료성과(60점)와 사업성과(40점)를 합산하는 방식은 유지하되, 인프라 확충과 중증 진료 역량에 방점을 찍었다.
세부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외과계열 전문의 확보, 간호사 확보 수준 등 필수 인프라 지표는 물론 소아중증환자 비율과 지역 내 소아응급환자 분담율 등 중증 진료 실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의료기관 동기부여를 강하게 자극할 전망이다.
90점 이상 최우수 등급(상)을 받으면 산출된 기준금액의 100%를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이어 80점 이상 90점 미만(중)은 90%, 70점 이상 80점 미만(하)은 80% 보상률이 차등 적용돼 성과주의를 확고히 했다.
반면 70점 미만 낙제점을 받거나 필수적인 역할을 외면할 경우 전담인력 인건비 수준의 최소 보상에 그치거나 지원금 총액이 삭감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성과가 뛰어난 기관에는 협의체를 통해 별도 성과지원금까지 제공하는 등 단순히 적자를 수동적으로 메워주는 수준을 넘어 의료 질을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유인책이 돋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 현장의 여건을 반영한 합리적인 평가 지표 개선을 통해 기관들의 전문 진료 기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필수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아 의료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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