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거부 등을 당해도 신속히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포용 의료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가 주최한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된 지 10년 지났지만 관련 정책이 분절적으로 추진돼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율이 낮고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시범사업에 머무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에서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는 장애인을 배제하는 정책이 장애인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장애인 코로나19 사망률이 비장애인 대비 약 6배 높았음에도 감염병 대응체계 내 장애 통계가 없어 기본 역학지표를 파악하지 못했다.
박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도 중증·장애환자는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수용을 기피 당한다”며 “노인장기요양제도 역시 장애인 기능적 특성과 생애주기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해 65세 도래 시 활동지원 서비스 대비 현저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단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교수는 ‘장애포용적 의료체계’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지역사회건강조사 등 모든 국가승인 보건의료통계에 장애 유형 및 중증도 등 장애 변수를 의무적으로 포함해 시의성 있는 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모든 보건의료 법령, 계획, 사업에 장애건강영향평가를 도입하고 기존 보건의료 예산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자원이 의무 배분되도록 장애인지예산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도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보건의료정책실, 건강보험정책국, 질병관리청 등 분절된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보건복지부 제2차관 산하로 장애인 보건의료 거버넌스를 이관해 강력한 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건강주치의제 개편·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역할 강화"
임종한 인하의대 교수는 8년째 시범사업에 머무르고 있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가 본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합리적인 지불제도 개편, 시스템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현재 관리료를 상정하는 기준은 만성질환 여부와 중증도로, 장애 유형과 기능장애가 반영되지 않는다”며 “인두제(인당 정액수가)와 행위별수가를 합친 ‘혼합형 지불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프라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임 교수는 “주치의와 장애인을 매칭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일차의료기관 참여를 위한 강한 홍보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원화된 전산망을 통합해 이중 청구와 복잡한 입력 절차를 해소하고, 주치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의대 교육과정부터 장애 관련 필수 교육을 포함하고 상시 보수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용일 부산의대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아급성기 기능 강화 및 통합돌봄체계 구축 등에 있어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역할을 강조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장애인 건강검진, 건강검진 후 관리 역할을 한다.
신 교수는 “환자가 치료 후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과정과 지역사회에서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 또는 예비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퇴원 후 재활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적극적 중재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퇴원 전(前) 기능평가 후 장애 당사자, 가족, 사회복지사, 의료인이 함께하는 포괄적 팀회의를 통해 최적의 퇴원 후(後)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인권위원장은 정부의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이 장애인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인권위원장은 “장애인들은 의료현장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거나 의사 소통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장애 친화 장비가 없어 건강권을 침해당해도 당사자가 어디에 신고하고 어떻게 조사받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진료 거부, 의사소통 지원 미제공, 접근 가능 검사장비 부재, 진료동행 지원 공백 등을 명확한 ‘의료차별’ 또는 ‘건강권 침해’ 규정 ▲개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구속력 있는 의무 기준 제시 ▲국가와 지자체의 각 의료기관 대상 이행 여부 정기 점검 및 시정명령·기관 평가 반영·행정제재 등을 필수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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