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학병원 교수들의 대외 활동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립대병원은 물론 사립대병원 교수도 청탁금지법 대상에 해당되는 만큼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학회, 재단 등을 상대로 한 영향력 행사에 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2가지다.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그동안 규율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민간 대상 부정청탁’을 금지한 점이다.
현재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한 경우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다. 신고자 보호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처벌도 함께 강화했다.
의료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신설되는 ‘공직자등이 아닌 자에 대한 부정청탁 금지’ 조항이다.
현행법은 주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청탁을 규제했지만, 개정안은 공직자가 민간인을 상대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위반 시 최고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청탁이 금지되는 대상 직무도 10가지로 구체화했다.
대표적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후원·협찬·기부 요구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위원 위촉 개입 ▲연구개발 및 계약 관련 개입 ▲수상·포상 대상 선정 개입 ▲평가·판정 개입 ▲감사 결과 조작 또는 묵인 요구 등이 포함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대학병원 교수들의 산학협력과 학술활동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에 특정 학술행사 후원이나 연구비 지원을 강요하거나, 특정 업체 제품 사용을 전제로 협찬을 요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또 연구책임자나 평가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과제 선정, 계약 체결, 평가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병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외부기관에 특정인의 채용이나 승진을 부탁하거나, 반대로 민간기업으로부터 특정 인사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 역시 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교수들은 연구, 학회 운영 등 민간과 접촉이 많다”며 “기존에는 금품수수나 공직자 대상 청탁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민간 대상 영향력 행사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익위는 민간과의 정상적인 소통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4가지 예외사유도 함께 규정했다.
예외 대상은 ▲공익 목적의 제안·건의 ▲업무 진행상황이나 처리 결과 확인·문의 ▲확인서·증명서 발급 등 정당한 신청·요구 ▲사회상규나 다른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등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공동연구 협의, 학술행사 개최 논의, 연구계약 협상, 행정절차 문의 등 정상적인 업무 협의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정안 시행 시 대학병원 교수들이 ‘직무상 권한’과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한 요구를 더욱 신중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병원 보직교수나 학회 임원, 국책과제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는 교수의 경우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후원이나 채용, 연구 참여 등을 요구했다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연구 협력 제안이나 학술행사 참여 요청처럼 상대방이 자유롭게 수락 또는 거절할 수 있는 통상적인 업무 협의는 개정안이 명시한 예외 범위 안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연구비 유치나 학술행사 운영, 기업 협력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철저히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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