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앞두고 대한병원협회가 회원병원들의 의료사고 대응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병원 맞춤형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른 병원들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의료사고 발생 시 접수부터 심사, 배상까지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병원계 자체 보상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경하 대한병원협회장이 취임 직후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을 주요 회무로 설정하면서 관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유 회장 취임과 동시에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관 마련과 조직 구성, 운영모델 검토 등 본격적인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책임보험 의무화 앞두고 대응체계 마련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 논의가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책임보험 또는 공제 가입 의무화가 자리하고 있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지난 5월 26일 공포됐으며 관련 규정은 오는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법 개정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 된다.
기존에도 의료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배상보험에 가입해 왔지만 병원협회는 의무화 이후에는 병원 규모와 의료사고 위험도 등을 고려한 보다 체계적인 공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병원협회가 직접 공제조합을 설립해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설립준비위원회 가동…정관·운영모델 논의 본격화
병협은 이달 초 제1차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준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조합 설립을 위한 주요 쟁점을 점검했다.
위원회에서는 조합원 가입 대상과 임원 구성, 가입비 및 재산 조성 등 정관에 포함될 주요 사항을 검토하고 향후 보건복지부 협의와 연구팀 검토 등을 거쳐 정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설립 초기 조직과 인력, 전문성 확보를 위해 위탁운영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병협은 보험사 등 외부 전문기관의 역량을 활용하되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공제조합이 갖도록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위탁운영사 역시 영구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조합 설립 초기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위탁운영 비용이 궁극적으로 회원병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제2차 회의에서는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보험사 관계자들로부터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보험사들이 의료배상 분야에서 축적한 사업 경험과 공제조합 설립·운영 단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등을 확인하고 위탁운영사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병협은 향후 위탁운영사의 역할과 권한, 평가기준 등을 담은 공모계획을 마련해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배상공제조합 모델 찾기
공제조합의 구체적인 운영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병협은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에게 ‘병원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운영 연구 및 자문’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에서는 ▲공제조합 설립 필요성 및 타당성 ▲설립 모델 및 운영방안 ▲공제조합의 지속가능성 및 중장기 발전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연구 착수보고회에서는 공제조합 운영모델과 보험상품 설계 방향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병협 설립준비위원회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보험료 지원 등 관련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재정지원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연구결과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특정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병원 단위’에서 책임보험 가입이 이뤄지는 만큼 정부 지원 역시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과 의료진의 실제 진료 특성과 위험도를 반영한 보험상품 설계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팀은 법률 검토와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공제조합의 설립 타당성과 설립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병원별 의료사고 및 분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향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활용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사례도 직접 확인…‘보험+공제’ 모델 벤치마킹
국내 공제조합의 구체적인 운영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해외 사례 조사도 이뤄졌다.
병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추진단과 연구진은 최근 일본 도쿄를 방문해 병원단체와 의료배상 관련 기관을 직접 찾았다.
일본의 조직 구성과 재원 조성, 보험료 산정 방식은 물론 의료사고 접수와 심사, 배상금 지급 절차 등 실제 운영체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전일본병원협회와 전일병복지센터에서는 병원종합보상제도 운영 사례를 확인했다.
전일병복지센터는 의료배상책임보험뿐 아니라 사이버리스크보험, 임원배상책임보험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병원회와 일본병원공제회, 솜포 재팬을 통해서는 병원단체가 계약자가 돼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단체계약 형태의 병원배상책임보험을 운영하는 구조도 살펴봤다.
특히 일본병원회 산하 일본병원공제회가 실무를 담당하고, 민간 손해보험사가 실제 보험 인수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는 향후 병협 공제조합 설계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병협 관계자는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라 회원병원 부담을 최소화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보다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공제조합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연구용역 결과와 설립준비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정관과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위탁운영사 선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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