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흑자 기록 건강보험 재정 용처 관심
개원가 '진찰료 인상돼야' 요구…병원계, 영상장비 수가 주목
2012.09.18 20:00 댓글쓰기

건강보험 재정이 4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관련 예산의 용처가 보건의료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의료계는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합리적인 수가인상률을 10% 내외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도 수긍할만한 인상률을 요구 중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물가인상률과의 괴리를 이번 기회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을 어디에 사용하느냐는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온도 차가 존재한다.

 

개원가에서는 급여비 비중이 큰 진료과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공의들의 무더기 수련포기 사태가 발생한 산부인과의 파격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개원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의원급의 진찰료 인상이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환산지수 인상은 가입자 설득이 어렵고, 상대가치점수 개선 또한 의료계 중지를 모으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입버릇처럼 적정 진료를 강요하지만, 실제 수가 인상은 엇박자를 냈다”며 “수가 인상이 의료기관의 이익으로만 돌아간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산지수 인상은 개원가보다 규모가 큰 병원에 혜택이 돌아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상대가치점수가 낮은 개원가는 환산지수가 아무리 올라가도 그 효과가 반감됐다”고 덧붙였다.

 

병원계에서는 영상장비 수가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6월 의료비 지출 억제를 목적으로 약 1117억원 규모의 영상장비 수가를 인하했다. 

 

의료계는 지난 4년간의 수가인상률이 물가인상률에 못 미쳤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통계로 입증된다. 의협의 최근 4년간 수가인상률은 2%대를 유지했다. 2008년 2.3%(보건기관 포함), 2009년 2.1%, 2010년 3%, 2011년 2%, 2012년 2.9% 인상이 이뤄졌다. 

 

병협 수강인상률은 2008년 1.5%, 2009년 2%, 2010년 1.4%, 2011년 1%, 2012년 1.7%였다.

 

의료계가 수가협상의 주요 지표로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는 2008년 4.7%, 2009년 2.8%, 2010년 3%, 2011년 4% 상승했다.

 

또 다른 지표인 임금총액 상승률은 2006년 5.7%, 2007년 5.6%, 2008년 4.4%, 2009년 2.2%, 2010년 6.4%까지 치솟았다가 2011년에는 유일하게 1% 내외 하락했다.

 

들어오는 재원인 수가인상률이 1~2% 수준을 유지한 반면, 나가는 재원인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인상률은 높게는 6% 상승해 그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건보 흑자분 용처, 정치적 역학관계가 변수

 

의료계 바람과 달리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건보 재정은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사용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복지 확대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의도에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재정의 화살표가 바뀔 수 있다. 합당한 수가 인상과 합리적 진료라는 의료계의 주장이 구호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무상의료 전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4조원이 넘는 흑자분에 대해선 선택진료비 급여화에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보건)은 “"4조원이 넘는 건보 재정 흑자분은 보장성 확대라는 명확한 명제하에 놓여 있다. 다만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비급여의 급여화이며, 이 중 선택진료가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9000억원 수준인 선택진료를 급여영역에 포함해 관리하도록 건보 재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관에 적정한 보상을 해주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측은 건강보험이 수차례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기금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는 민주당의 무상의료에 대한 반박 논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시민단체는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역시 수가협상과 건보 흑자를 연계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하루평균 1500억원 내외의 급여비를 지출하고 있다. 추계 누적적립금인 4조1149억원이라고 해도 28일이면 소진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문제는 여야 모두 수가협상에 건보 재정을 더 쓰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계의 치열한 설득과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보험급여비의 50%를 적립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적자가 자주 발생한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 이해관계자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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