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 등은 전공의 수가 줄어들면서 대체인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저마다 의료환경과 분위기에 맞춰 문제를 풀어나갔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를 풀어나가야 하는 적기 타이밍이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시범사업 운영·평가협의체 장성인 간사(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사진)가 지난 24일 데일리메디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2013년 제17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으로서 수련병원 내 전공의들을 대변해왔던 그였다.
이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등이 지난해 8월 구성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운영·평가협의체 간사로서 개발 및 정착을 위한 연구활동을 해왔다.
의료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꼽히는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전담전문의) 제도를 둘러싼 의문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 협의체 활동 시작하게 된 배경은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를 감축한 데 이어 내과의 전공의 수급율이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각 수련병원 내과 과장들끼리 공론화되면서 내과학회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겼다. 이후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위주로 틀이 커지게 된 거다. 스승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 아래에서 함께 활동을 하게 됐다."
☞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평가 결과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충북대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환자만족도는 높았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배치된 시범사업 병동 입원환자 178명, 일반 병동 입원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진료, 처치, 상담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시범사업병동 입원환자의 81%가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일반병동 환자의 만족도는 55.3%에 그쳤다. 또 주치의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10점 만점) 부분에서도 시범사업병동 입원환자(44.1%)가 일반병동 환자 (18.6%)보다 월등히 높았다."
☞ 환자들이 호스피탈리스트 서비스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에 대해 긍정적인가
"환자의 추가비용 지불의사도 확인됐다. 시범사업 병동 입원환자의 81%가 2만원~3만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일반 병동 입원환자 가운데 추가 비용을 낼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였다."
☞ 일부 수련병원에서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에 나섰으나 채용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다른 나라도 다 겪는 과정인 것 같다. 어떻게 잘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는데, 지금은 변화의 초기에 있기 때문에 우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부분을 모두 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따른 관성인 것 같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대체인력이 필요한데다가 시범사업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최종 목적은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에 있는 제도다. 현실적으로 제도를 시행할지, 말지를 논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 호스피탈리스트 급여 수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는지
“항간에는 ‘펠로우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정보다. 급여 수준에 대해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 펠로우 경력 유무를 떠나서 전문의들이 받는 급여 수준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며, 펠로우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다만 병원 규모 및 진료과목, 지역, 연차마다 급여 수준이 다 다르지 않느냐. 여러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제도화라는 게 결국 ‘수가’와 결부되는 것이므로 현실적인 수준에 대한 협의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가 잘 정착되기 위한 조건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이 자율적인 형태의 미국 시스템과 정부에서 강제하는 식의 영국 시스템의 중간에 있어서 우리 상황에 맞게 찾아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인프라 자체가 민간 병원이 다수고 시장주의적인 요소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므로 결국은 수가화(化) 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준에 따라서는 수가+보조금 형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