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 병원, 역할론을 통달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기본적 소임에 왠 거창한 역할론인가 싶겠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중소병원, 그것도 관절전문인 뉴고려병원이 뇌졸중 치료를 선언하고 나섰다. 단편적 ‘생뚱’을 넘어 ‘파격’에 가깝다. 뇌혈관 치료는 고난이도 술기가 필요한 탓에 일반 중소병원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게 통상적이다. 장비부터 의료진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상존해 중소병원에게는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분야였다. 하지만 뉴고려병원은 어려움을 알면서도 도전을 결정했다. 그 도전의 중심에는 병원 존재 이유인 ‘환자’가 있었다.
뉴고려병원은 지난 2000년 120병상 규모의 일반 중소병원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여느 중소병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 병원의 정체성은 환자들이 만들어 갔다. 개원 이후 관절환자 비중이 월등히 높았고, 진료체계는 자연스레 관절에 중점을 두게 됐다.
지역 내 관절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병원은 2009년 200병상 규모의 신축 병원에서 새롭게 진료를 시작했다. 2년 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전문병원’ 타이틀도 부여 받았다.
개원 후 10여 년 만에 환자와 국가로부터 전문성을 인정 받았지만 뉴고려병원에게는 또 다른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역병원→관절전문→뇌혈관 질환→?
수 많은 관절환자들을 접하며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의 심각성을 절감했고, 사전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해결책은 뇌혈관센터였다.
그러나 관절전문병원에게 뇌혈관센터는 너무 요원한 얘기였다. 고가 의료장비부터 의료진까지 새롭게 갖춰야 할게 산적했다. 비용 부담도 상당했다.
하지만 뉴고려병원은 ‘환자’를 위해 일을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2012년 초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뇌혈관센터 공간 확보를 위해 신관을 증축했고, 100억원 넘는 비용을 들여 최첨단 장비를 들여놨다.
하드웨어와 함께 의료진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출신인 신경외과 전문의 김정균, 송경선 과장을 영입하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시간이 생명인 뇌혈관 치료를 위해 24시간 상시 대기체제를 운영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뇌혈관센터 별도 당직실까지 마련해 놨지만 아직 초반인 만큼 우선은 환자가 들어오면 30분 이내에 도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감하나 투자, 후회는 없다
뉴고려병원이 이번 뇌혈관센터 오픈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수 백억원. 여기에 향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적자 운영은 예견된 상황이다.
김윤식 병원장은 “막대한 투자와 운용비용으로 인해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하겠지만 지역민들의 뇌혈관 질환을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한 착한적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술기를 시작한다는 것 보다 제대로 된 술기를 제공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단순히 흉내만 내려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첨단 장비에 최고의 의료진, 최상의 시스템으로 뇌혈관 치료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