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해방과 6·25의 민족 격변기를 이겨내고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며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의 위치에 도달했다.
다른 선진국이 거의 100년이 걸려서 완성한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불과 수십 년 만에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희생되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나라를 좌우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의사들은 소외되고 희생되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병원에서 일에 파묻혀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한 사람이 1년 동안 병원을 방문하는 평균 횟수는 7.4회이고,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병원을 방문하는 평균 횟수는 17회로 한국인은 OECD 평균보다 2.3배 더 많이 병원을 방문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는 ‘OECD 보건통계 2018’을 분석한 결과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하게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표를 구하려는 포퓰리즘적인 의료 정책은 의료 수요를 증가시키고 보험재정을 낭비하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지난 시절 의사들이 많이 선호했다.
그러나 저수가에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다가 사고라도 나면 돈 물어내고 구속되어서 신세 망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정원 미달이고 피부과 성형외과에는 우수한 의대 졸업생들이 몰려드는 나라!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묻고 싶다.
의사 머리 때리고 간호사 눈 찌르는 응급실 폭행사건이 전국에서 밤마다 일어나고 있는 이 나라!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묻고 싶다.
앞에서는 '덕분에' 뒤로는 '공공의대 추진' 결과는 의사총파업
올해 초 갑자기 대구에서 급박하게 대규모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많은 의사는 헌신적으로 대구로 달려가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다.
이를 돌이켜보면, 정부는 앞에서는 ‘의료진 덕분에’를 표시하면서 뒤로는 공공의대를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공의대 입학생 선발기준이 논란이 되면서 기회의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순응해 왔던 청년 의사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그동안 살인적인 학습량에 매달려야 했던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결의와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려야 했던 전공의들의 파업 투쟁에 정부는 법적 조치와 강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에 항의하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 또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9월3일 전공의 300명 이상이 정부 의료정책에 항의하며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부산대병원은 전공의 전원인 239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전임의도 43명 모두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동아대병원 전공의 123명과 해운대백병원 전공의 106명 등도 사직서를 냈다.
부산대병원 교수 200여 명은 이날 병원 내외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불의와 싸우는 올바른 제자들, 이제는 스승이 기필코 지킨다’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공공의대생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무료로 공부한 뒤 졸업하고 10년간 해당 지역에 근무해야 한다는 것도 따져보면, 인턴 1년-전공의 4년-전임의 2년의 의대생 누구나 거치는 전문의 7년 과정을 제외했을 때 불과 3년을 해당 지역에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더구나 졸업 후 서울대 병원에 우선 취업하게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공의대인가를 이해할 수 없다.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등의 충분한 논의 없는 정책들의 실행 과정은 공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의료 정책에 의한 결과 또한 정의롭지 않을 것이다. 왜 지금, 그곳에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