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사무장병원과 관련해서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내린 사실상 첫 행정판결로, 사무장병원에 관한 법리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현지조사 부당청구 사건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다.
의료계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판결의 주요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당연적용제가 적용되지 않아 건보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앞서 의료인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병원이 건보법상 요양기관이 된다는 판단했는데, 이와 정반대되는 판단을 했다.
둘째, 사무장병원은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사무장병원이므로 건보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비용을 이미 받아갔다면 이를 환수하는 처분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사무장병원을 운영하여 건보공단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으면 이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인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진료가 제대로 이뤄졌으므로 건보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사무장병원에 대해선 이와 달리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이든 ‘1인 1개소법 위반 병원’이든 실질적으로 의료행위를 한 것은 의료인이라는 점, 의료서비스가 정당하게 제공된 점 등에서 양자는 동일하지만, 대법원은 양자를 구분해 정책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건보법상 부당이득 징수처분이 재량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할 경우 사실상 지급받은 비용의 전액을 환수해왔다. 실제로 하급심 판결들 또한 공단이 환수금을 감액할 여지가 없이 전액을 환수(기속행위)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이 같은 법리는 일반 현지조사 부당청구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향후 감액할만한 여러 사정들이 있음에도 환수금액을 적절히 감액하지 않는 경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판단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사무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 대하여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하는 경우, 의료인의 관여정도, 수익금을 가져갔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액 환수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 대해선 법리적으로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왔다. 건보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사무장의 경우 공단부담금만 반환하면 됐는데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의 경우에는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모두 반환해야 했기에 더 큰 금액을 반환해 왔다.
이후 건보법이 개정되어 사무장과 의료인은 연대하여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 즉 동일한 금액을 반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게는 더 적은 금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행정판결로는 사실상 최초의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사무장병원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들이 있었지만 이는 민사판결과 형사판결들이었고, 행정판결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미있는 판결이다.
나아가 동 판결은 건보공단 환수처분을 재량행위로 봄으로써 향후 일반 현지조사 부당청구 사건에서도 환수금액을 조율할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반 의료인들에게도 폭넓게 적용되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