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영국을 상징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과 함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등장한 것은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는 영국 의료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영연방국가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영국 제도 영향을 크게 받아 현재의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차대전 이전 영국 의료제도는 작금의 우리나라만큼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다양한 의료기관과 보험제도 속에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제2차대전 이후 국가가 의료를 관리하는 'NHS'로의 전환은 역사상 기록될 만한 의료개혁이었다.
그 기본 틀은 1920년에 발표된 도슨(Dawson) 보고서에 담겨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진들은 이 보고서를 통해 주치의를 비롯해 1차 의료센터, 2차 의료센터 역할과 인적자원 관리 등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자세히 제시했다.
이후 1942년 비버리지(Beverage) 보고서에 근거해 사회복지제도 일환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합의하면서, 1948년 NHS가 출범하게 됐다.
그동안 정부의 간섭없이 의료행위를 해오던 의사단체들은 크게 저항했다.
이에 정부는 의료계와 협상을 통해 보상과 직업 안정성 보장 등을 타협했으며 점진적인 추진을 통해 원만한 체제 전환을 이뤘다. 치밀한 준비와 이해당사자들 의견을 조율하는 리더십이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다.
"1997년 시작된 現의료제도 운영체계 한계는 누구나 인정"
"최근 정부가 매일 새로운 정책 발표하고 있지만 진료현장 의료진들 이해 못얻어"
우리나라가 현재 직면한 필수의료를 비롯해 지방의료, 고령화,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비 사안 등을 해결하기에는 지난 1977년 시작한 현재의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제도 운영체계로는 한계가 있음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료개혁 추진은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낳고 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은 지난 2000년 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요구한 뒤로 24년째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공약에서 밝힌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정부가 매일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진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같은 의료제도 운영에 대한 일관성 있는 방향 제시는 없이, 임기응변의 분절적인 정책들로만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큰 변화를 요구하는 개혁일수록 저항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체계적인 준비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정부의 리더십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