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상 과잉 공급을 유발하는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국회서도 이를 뒷받침할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부의 추진계획 발표와 동시에 여당이 법제화 작업에 나서는 등 당정이 병상수급 관리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8일 300병상 이상 개설시 사전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종합병원 개설 시 지자체나 정부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개설하려는 경우,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개설 시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종성 의원은 "병상의 무분별한 증가는 현행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와 권한에 기인한다"며 "이로 인해 수도권 내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하기가 어렵다"고 취지를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은 시·도지사가 갖고 있으나 건물 완공 후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개설을 불허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개설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대형병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 차원의 관리 수단은 없는 실정이었다.
이종성 의원은 "의료기관 신규 개설 절차를 강화하고 국가적 차원의 병상수급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난립 제동 여부 촉각
이 같은 '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시각은 최근 병상수급관리시책을 발표한 정부와 결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 4.3개의 약 2.9배에 달한다.
이종성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병상 수급추계 자료에 따르면, 향후 일반병상 8만5000병상, 요양병원 2만병상 등 총 10만5000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으로 오는 2030년까지 6000병상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종성 의원은 "수도권 내 병상 증가로 지방 의료인력의 수도권 유출이 가속화되고, 지역 간 의료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이용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 과잉 공급은 의료비 증가, 특정 지역 쏠림은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낳는다"며 "국가가 직접 지역별 병상 수급을 관리해 수요에 맞는 병상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의료원·고려대의료원·길병원·경희대병원 등 다수의 대형병원이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나 차질이 빚어질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소급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분원이 개원 후 병상의 단계적 확장을 추진한다면 이에 대한 제재는 이뤄질 전망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행정적 문서상 절차만 밟고 있는 곳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분원의 병상 확장 시 사전 심의·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