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떠들썩 대한민국···프로포폴 어떤 약물인가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3.04.12 15:18 댓글쓰기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중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약물 중독 소위 마약류에 중독된다는 것은 조폭들이나 혹은 극히 일부 사람들이 집안에 숨어서 폐인 같은 생활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가 매일 TV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약물 중독이라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Q. 프로포폴은 원래 마취제? 


프로포폴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마취과 분야에서 사용돼온 약물이다. 성형외과적 시술과 피부미용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최근 들어 그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한 약물이기도 하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다른 마취제들에 비해 작용 시간이 빠르고 깔끔하게 회복되는 것은 물론 마취 중 호흡 마비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많이 선호해 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전신마취 중 사망이 다른 마취제로 했을 경우에는 10만명 당 약 11명인데 비해 프로포폴로 마취를 한 경우에는 16만명 당 1명 정도가 보고되고 있으니 안전한 마취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프로포폴이 다른 마취제에 비해 선호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기존 다른 마취제들은 자칫 약물 중독으로 인한 오남용 위험성이 있을 수 있지만 프로포폴은 그러한 위험성이 훨씬 적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Q. 마이클잭슨 사망으로 '프로포폴 중독' 관심사 대두


1986년 마취과 영역에서 이 약물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첫 프로포폴 중독 사례가 보고된 것은 1992년이다. 이후 몇 차례 해외 학술지에서 프로포폴 중독 사례들에 대한 보고가 게재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 평소 이 약물을 가까이 접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이 중독된 경우들이었다. 그러던 중 2009년 6월 유명 팝스타인 마이클 잭슨이 이 약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고 일반인들의 프로포폴 중독 및 오남용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프로포폴 중독 언론 보도가 있었다. 2003년에 프로포폴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드러났고 이후 중독자들에 의한 프로포폴 탈취 사건, 강남 일대에서 이뤄지는 소위 ‘주사 아줌마’들에 의한 무분별한 투약 행위 등이 방송에서 언급됐다. 국내의 경우 외국 사례들과는 달리 이미 프로포폴에 접근이 용이한 전문 의료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일반인들의 중독 사례들이 보고돼왔던 것이다. 


2008년에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된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가 대대적으로 방송을 탄 적이 있었다. 그러자 늦은 감이 있지만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고 본격적인 규제에 착수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듯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명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오남용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고 프로포폴의 국내 사용량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Q. 수면내시경 등 받을 때 프로포폴 마취하면 프로포폴 중독자 되나?


그렇지는 않다. 프로포폴은 기존의 다른 수면마취제에 비해 보다 안전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알코올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음주 빈도와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시술들로 인해 프로포폴 투여가 늘어나면 그만큼 위험성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 이 약물이 개발되고 기존의 다른 마취제들을 대체해 사용하기 시작할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중독성과 오남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학계도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약물을 투여받은 모든 이들이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프로포폴은 명백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약물 중독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뇌 보상계에 프로포폴이 영향을 끼쳐 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의 프로포폴 중독자들에 대한 사례 보고에서도 일단 프로포폴에 중독되면 점점 그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내성’과 이 약물 사용을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금단 증상’들이 확인됐다. 특히 급격한 약물 내성이 생긴다는 것은 그 약물 투여량이 향후 치사량까지 증가하게 될 경우 호흡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Q. 어떤 사람들이 프로포폴 중독에 빠지기 쉬운가 


프로포폴이 다른 마취제에 비해 갖는 장점을 생각하면 무조건 프로포폴 사용을 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모든 약물에는 나름의 치료 효과와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장단점을 고려,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하게 투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떠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프로포폴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은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사람들이 이 약물로 인한 중독에 빠지는 일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로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명백한 위험 인자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까지 의학계에 보고된 사례들을 종합해볼 때 다음과 같은 상황일 경우 프로포폴 중독에 빠지기 쉬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볼 수 있으며 투여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1) 직업군: 의료관련 종사자, 연예인, 교대 근무자, 유흥업소 종사자

2) 성격 특성상 목적 지향적, 자극 추구형, 독립적 성향을 지닌 경우

3) 가족 구성원 중 알코올 혹은 약물 중독을 지닌 사람이 있는 경우

4) 자신이 과거 혹은 현재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문제가 있는 경우

5)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

6) 만성 통증 환자(특히 두통)

7) 우울, 불안 등 두드러진 정서적 문제를 지닌 경우

8)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


Q. 프로포폴 중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향후 프로포폴 유통 단계부터 보다 철저한 감시를 해나갈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도 프로포폴을 처방하는 의사들에 대한 교육과 프로포폴 투여를 위한 지침 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성형외과, 피부과적 시술을 피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시술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프로포폴이 유독 한국에서 더욱 심하게 문제가 되고 일반인들에게까지 중독이 문제가 된 이면에는 무분별한 시술 남용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국제성형학회(ISAP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77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인구 대비 성형수술 횟수 비교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평소 만성적인 불면증이나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이 프로포풀 중독으로 이끄는 강력한 유발인자로 작용하는 만큼 이런 문제들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Q. 프로포폴 중독이 의심된다면 


만약 자신이나, 아니면 주변의 누군가가 과다하고 반복적으로 마취를 요하는 이런저런 시술을 받고 있다면 한 번쯤 중독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나도 모르게 프로포폴을 투여받고 싶은 갈망이 느껴지는 것도 중요한 위험 신호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약물 중독 또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더군다나 ‘중독’ 단계에 들어가면 이미 뇌(腦) 내 약물에 의한 변화가 초래된 상태이기에 내 의지와 결심만으로는 ‘중독’이라는 질병에서 벗어나기 불가능하며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다. 만약 프로포폴 중독이 의심되면 언제든 근처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일단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프로포폴을 비롯해 제반 약물 중독에 대한 전화 상담이 가능한 만큼 이를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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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04.13 06:46
    프로포풀에 대해 자세히 알수있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 원적산 04.12 18:56
    프로포폴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개원가 의사들은 신중히 생각하여야 한다. 벌써 20년도 전에 개원가에 소위 "우유주사"가 성행했을 때 이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의사들의 묵인 속에  이것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남용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대국민 신뢰와 위상이 추락하는 것이다. 20년 전에 의협에서 일하며 회원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약은 정당하게 사용하도록 규제되어야 한다. 정당하게 규제한다고 해서 원칙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사들의 일탈로 인해 정당한 진료를 하는 의사들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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