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구급대원 원격 협진, 제도권 진입 시급"
문형준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2023.06.14 06:25 댓글쓰기

[특별기고 上] 심정지 현장에서 응급의료기관 의사와 구급대원이 원격으로 협동하는 현장의 응급실, 이른바 ‘스마트 의료지도(Smart Advanced Life Support)’ 시범사업이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주도로 이뤄지는 해당 사업에는 현재 40개 의료기관 및 46개 소방관서, 259개 119안전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거점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지역 내 환자 소생률 향상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끼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일리메디가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거점병원 의료진 목소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거점병원인 순천향대천안병원의 문형준 응급의학과 교수(천안·아산·평택·안성지역위원장)는 구급대원 교육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수원에서 일부 관련 시범사업이 진행되던 당시 이 사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소방교육을 진행했던 문 교수는 “의사가 영상 중계로 구급대원을 지도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때는 구급대원이 가슴압박만 하고 환자를 데려오니 초기 처치가 돼 있지 않아 치료 경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후 문형준 교수는 2015년 9월 7개 지역에서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이 시작될 때 본격적으로 사업에 참여했으며, 사업 초창기 7개 지역 데이터 분석도 담당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사례로 경기도 남양주시와 평택시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의료지도를 실시했던 것을 꼽았다. 


그는 “심정지 환자에게 1시간 가량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소생에 성공한 경우를 확인했다”며 “당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소생이 어려웠던 사례도 있었다.


문 교수는 “아파트 25층 공사장에서 건설노동자의 심정지가 발생했는데 엘리베이터까지 고장났었다”며 “열악한 상황에서의 스마트 의료지도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구급대원의 현장 응급처치 실력이 날로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낀다.  


그는 “이전에는 구급대원이 이송과 처치만 했다면 이제는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 질(質)이 높아지고 있고, 약물 사용 등 전반적인 응급처치 실력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질 담보 핵심, 시범사업 지원은 한계”


의료지도의사 통화 화면, 의료지도의사와 구급대원의 팀워크 훈련 현장 / 사진제공 문형준 교수, 중앙응급의료센터 

이 같은 스마트 의료지도 성과를 유지하는 핵심은 구급대원 교육·재교육이며, 이에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지적이다. 


현재 순천향대천안병원을 포함해 가천대길병원·인하대병원·조선대병원·아주대병원·한림대동탄성심병원·명지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전북대병원 등이 구급대원 대상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구급대원 교육 확대를 위한 교육비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 교수는 “교육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지도의사 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 의료지도용 어플리케이션 고도화 등이 더딘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가 꼽는 사업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환자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환자가 스마트의료지도와 치료 후 사망했는지, 소생했는지 데이터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문형준 교수는 “환자 이송, 치료 등의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이뤄지기 위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식 제고도 주문했다. 그는 “병원 응급실에서 구급대원에게 ‘왜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오래하고 병원에 왔냐’며 질책하는 경우는 줄었지만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있다”고 아쉬워 했다. 


이어 “스마트 의료지도 사업 뿐 아니라 특별구급대사업 등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