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부당성과 위험성'
황덕원 대한내과의사회 원격의료대응TF위원회 간사 겸 법제이사(참든든내과의원 원장)
2023.07.17 09:16 댓글쓰기

[특별기고]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는 법(法) 개정안은 수년에 걸쳐 꾸준히 발의됐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의 섣부른 도입이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해(危害)를 끼칠 수 있어 의료계는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의료기관 이용에 따른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에 따라 ‘심각’ 단계 이상 위기 경보 발령 동안 전화상담 및 처방을 통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지난 2020년 2월부터 시행돼 왔다. 


환자는 물론 의사도 두렵고 막막했던 당시 의료 연속성 확보와 국민건강 수호라는 숭고한 목적으로 의료계가 수행해온 3년간 3700만 건의 비대면 진료는 양적으로만 평가되고 말았다. 


단순히 진료 건이 얼마나 많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진료를, 그리고 그것이 적절하고도 적법하게 수행됐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분석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를 너무도 짧은 시간에 지극히 정책적으로 무조건적인 긍정 평가를 하고 시범사업으로 밀어부친 보건복지부 결정은 대단히 적절치 못했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은 시작됐다. 철저한 준비와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시범사업 시작 초기 현장에서는 적잖게 혼란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진료방식 변화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시기에 상당수 진료가 전화 처방으로 이뤄졌지만 시범사업에서는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화상장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국내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이 화상 진료로 활용 및 활성화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순히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문제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진찰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가 비춰 주는대로 수동적으로 화면을 마주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진료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상진료 병원용 영상기기 등 지원 전무-수진자 신분 확인 어려움도 배제”


이런 위험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화상 진료를 위해 기관별로 병원용 영상기기를 갖춰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이나, 영상통화를 시행하는 주체, 이에 사용되는 통화요금 및 데이터 사용료 부담에 대한 부분은 그 어디에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 


즉,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인데, 화상기기가 준비되지 않은 기관에서는 나열한 문제들을 개별 노력과 비용을 부담해서 만들고, 또한 고치고, 더불어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나가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 


현장에서 혼란을 가져오는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수진자 신분 확인이다. 비대면 진료 필수요건 중 정확한 신분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이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 신분과 진료 허용 대상 여부 확인 및 진료기록 기재 의무만 명시해 놓았다.


그러면서 신분확인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 해당 진료의 진료비 및 처방 약제비에 대해 모두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어 환수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 실수는 물론 영상품질에 의한 기술적인 식별 저하 뿐 아니라 과도기를 틈타 악의적으로 신분을 도용해 진료를 시도하는 행위에서 의료기관이 선의를 가지고 진료를 시행하고도 범법행위로 몰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후 환수조치까지 당하는 경제적 불이익에 처해질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의사가 과연 이처럼 모든 불리한 상황을 무릅쓰고 비대면 진료에 뜻을 함께 할지 의문이다. 


이러한 현장 혼선은 나몰라라 하며 입법기관에서는 플랫폼 위주 비대면 진료를 지원하는 다양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어 현장에 또 한 번의 허탈감을 주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위반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5개 회사에 대해 과태료 처분 및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 및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서 문제가 된 플랫폼의 위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 데 문제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최근 발의되는 개정안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개인정보, 특히 가장 민감정보에 속하는 개인 의료정보를 ‘데이터 주권’이라 포장, 제3자에게 동의 과정만을 거쳐 양도하는 것을 가능토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심각한 개인 정보권의 침탈로 판단하고 있는데 현재 개인 의료정보를 보관, 관리하는 주체는 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에 있고 그 책임도 해당 기관에 있다. 


따라서 데이터 처리, 관리, 보관에 대해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고 이의 유출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벌이 따르기 때문에 의료정보를 보관하고 처리는데 항상 민감하며, 이와 관련한 법적 처벌 대상자이기도 하다. 


“문제 생기면 의사·의료기관 책임 제재는 무거워”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법 개정을 살펴보면 의료정보를 양도받은 플랫폼이 이를 관리, 보관, 처리하는 부분에서 선행돼야 하는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


또한 편의성으로 포장한 뒤 동의만을 받았다는 이유로 양도받아 경제적 이윤 추구를 포함한 정보사용의 제약이 없도록 했기에 이것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우려하는 자본에 의한 의료민영화 모델의 본격화 흐름이 될 것으로 보는 심각한 우려 이유다. 


위에 열거한 모든 이유를 차치해도 내과의사들이 비대면진료에 반대해왔던 이유는 단순하다.


내과의사들은 수련과정에서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은 내과의사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배워왔기 때문에 비대면이 강제되는 것에 반감이 큰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의사와 환자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진료 형태 변화에 대한 목마름도 분명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록 불가항력적인 감염병 창궐로 포문은 급하게 열렸지만 이 때문에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이 매우 염려된다. 


비대면 진료가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기술적인 뒷받침이며 이는 기기 보급을 토대로 한다.


이런 기기 보급은 엄밀한 의미에서 진료 제공자보다는 수진자 측에서 갖춰야 하고,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수진자용 비대면 진료기기 개발과 보급이 비대면 진료 활성화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기기를 활용하면서까지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는 국가들에서는 단순히 편의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모색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의료접근성은 충분한데 단순하게 편의성만 강조되고 있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 방향성 의문이 크다. 


지난 3년동안 우리 삶에서 강제적으로 발생했던 변화는 이제 상당 부분 해결돼 일상은 거의 다 회복됐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는 항상 문제되던 보호자 내원 처방의 법적인 문제가 코로나를 겪으며 합법 영역으로 바뀌어 내원이 힘든 재진 환자의 진료 연속성이 확보된 상태다. 


“행정가는 국민건강 위해(危害)에 대해 어떤 책임도 없다”


그렇다면 보호자 내원 처방과 그 내용에서 크게 다를 바 없는 반쪽짜리 시범사업을 무엇에라도 쫓기듯 시행하는 것 보다는 잘 준비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적 완비를 한 상태로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불합리한 생각인지 묻고 싶다.


의사들은 어떠한 진료든 본인 진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매우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처럼 준비가 적절하지 않아 의사들이 제일 걱정하는 오진과 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 형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결정하고 시행토록 요구하는 행정가는 제도 미비로 발생한 국민 건강 위해(危害)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없다. 과연 이것은 합리적인 것인지 반문하고 싶고, 이것이 바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내과의사로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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