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향한 의료계 '간절한 읍소'
박대진 데일리메디 부장
2022.04.30 06:38 댓글쓰기
국민의 선택은 ‘정권교체’였다. 초미의 관심 속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당선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느 선거판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 역시 선심성 공약이 난무했다. 각 분야의 백년대계(百年大計) 보다는 당장의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공약이 즐비했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퉈 보장성 강화를 기치로 한 의료공약들을 쏟아냈다.
 
전례 없던 신종 감염병 사태 속에 치러진 ‘코로나19 대선’인 만큼 선 굵은 의료공약과 비전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표심공략용 공약 일색이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 역시 매번 대선시즌이면 나름의 희망을 품는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치열한 진영 다툼을 벌인다.
 
조금 더 적극적인 단체나 직역은 아예 대놓고 특정 후보 지지선언도 불사한다.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모두 부질없음을 숱하게 경험했다. 정권연장이든 정권교체이든 차이는 없었다. 정치권을 향한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임을 충분한 학습효과로 체득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가동 중인 국내 의료체계에서 ‘보장성 강화’는 여야를 막론할 수 없는 숙명이다. 보험자인 정부 입장에서 건강보험 ‘저비용 고효율’은 책무에 가깝다.
 
물론 그 기조는 의료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위정자들은 의료인 희생에 보상을 언급하지만 십 수년째 같은 말만 되풀이 중이다.
 
‘불합리한 수가 결정체계 개선’이라는 외침은 매번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시한 반대 논리에 묻혀 버렸다. 주변 어느 누구도 그 정당성에 공감을 해주지 않았다.
 
무소불위 정부에게 의료계의 울분은 소음에 불과했고, 국민들도 적정진료를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혀를 찼다. 
 
윤석열 당선자 역시 작금의 의료계 상황을 모를리 없다. 평소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에 입문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다 또렷하게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향한 의료계의 심정과 읍소를 3개의 성어로 함축해 보고자 한다.
 
의사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딱 거세개탁(擧世皆濁)이다. 중국 초나라 시인 굴원이 쓴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이 성어는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의미다.
 
즉 모든 사람이 혼탁해 홀로 맑게 깨어 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 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비유한 표현이다. 
 
혼탁한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하기 위해 왕왕 인용되는 이 성어는 저수가와 각종 규제정책에 힘겨운 저항을 반복 중인 의료계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는 사자성어 대권재민(大權在民)도 동원이 필요하다. 정부를 향한 의사들의 심경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의료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의사들이 ‘권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재감’은 인정받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다.
 
다시 말해 의료계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 의료현실이 반영된 정책, 통제가 아닌 소통 정책에 대한 염원이 바로 대권재민(大權在民)이다.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을시 벌어질 상황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성어를 통해 예측 가능하다.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이 성어는 윤석열 당선인과 차기 정부를 이끌 정책 입안자들이 꼭 귀담아야 할 메시지다.
 
그 동안 보험자인 정부와 공급자인 의료계 관계는 ‘불신’으로 점철돼 왔다. 일방향적 정책에 대한 반감과 이를 지켜보는 못마땅함이 평행선을 달리며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건강보험 지속은 요원하다. 의료계를 진정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야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이 한창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보건의료 공약들이 인수위에서 정밀하게 다듬어질 예정이다.
 
보건의료정책이 워낙 많은 직능들과의 호흡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순리에 입각해 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인간관계든 업무관계든 가장 중요한 게 신뢰다. ‘신뢰가 밑받침이 될 때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차기 정부에서는 실현되길 의료계는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