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로 예정돼 있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여부에 관한 파기환송심 선고가 오는 9월 14일로 미뤄졌다.
지난 18일 한의사 뇌파계에 이어 오늘 초음파 기기까지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며 보건의료계 이목이 집중됐지만, 의료계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재판부도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법조계 및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파기환송심 선고를 미룬 사유는 검사 측의 증거 등 재판에 필요한 자료들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는 변론 재개를 통해 검사 측이 제출한 자료를 채택, 다음 선고 기일을 9월 14일 오후 2시로 정했다.
이로써 약 3주의 시간은 확보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이달 18일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허용한 판결과 지난해 12월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뇌파계로 치매와 파킨슨병을 진단한 한의사 A씨의 행위는 '합법'이라고 판시하고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한의사 A씨는 2010년 9월경부터 약 3개월 간 뇌파계를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에 활용했고, 관할보건소는 면허 외 의료행위 등을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A씨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확정했던 원심인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어,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2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초음파 관련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한의사 B씨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기기를 사용,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판결이 잇따르자 의료계는 "면허 이원화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포함한 의사 단체는 초음파 판결 이후 릴레이 1인 시위, 삭발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항했다.
한편, 지난주 뇌파계 허용 판결에 환호한 한의계는, 이번 초음파 파기환송심 결론이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라 크게 향후 계획을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듯 하다. 끝까지 재판부를 믿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현대 진단기기는 양의계의 전유물이 아닌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고, 이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