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수첩]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눈길을 끌었던 과는 단연 핵의학과였다. 핵의학과는 전국에서 단 한명이 지원하면서 0.05:1이라는 전례 없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 20명이라는 적은 정원에도 불과하고 1명만 핵의학과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참담한 지원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한핵의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을 꼽았다.
학회는 “심평원은 확대된 급여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회 의견을 배척하고 기존에 효과적으로 이용해 오던 질환에서도 과도한 삭감을 계속해 오남용 방지 수준이 아니라 의료행위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평원의 자의적 삭감인 ‘심평의학’이 지속되는 한 핵의학과라는 일개 전문과만이 아니라 합리적 의료의 미래는 밝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전공의 지원 급감 사태가 인력수급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합리적 의료시스템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전공의 지원이 참담한 현상의 원인을 제도에서 찾았다. 언뜻 보기에 인과관계로 보기 어려운 심평원의 삭감과 전공의 지원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핵의학과의 주력 검사인 PET(양전자 단층촬영)검사의 급여기준을 변경하고 적응증을 축소하면서 검사 수가 줄었고 이것이 핵의학과의 영역 축소, 나아가 전공의 모집 미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만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핵의학의 발전을 옭아매는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비 전공의들은 올해 핵의학과 전공의 모집 미달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대생은 “내과, 외과, 소아과 등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타과와 달리 핵의학과는 접하기도 어렵고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의대생 입장에서는 핵의학과를 수련한 이후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수련 이후가 보장되지 않는 과를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핵의학과가 전국적으로 미달된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털어놨다.
학회는 이 같은 예비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한다.
우리나라 핵의학은 60여년의 역사와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3~4위권 이내 높은 진료 연구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후학이 없어진다면 높은 연구 성과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평의학에서 자유로운 진료과는 없다. 높은 수준의 연구가 과거의 영광으로 남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제도를 탓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재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금씩 개선해나가야 한다.
또 다른 의대생은 “돈을 더 많이 주는 과를 선택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냐”며 “의대생 각자가 전공을 결정하면서 본인의 미래를 결정한다. 더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미래를 결정하는 일인데 인기과만 좇고 기피과는 피한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비슷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율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핵의학과가 받았던 처참한 성적표가 올해로 끝나려면 이들의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