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익 아닌 제약사들 이익으로 악용"
식약처 "약사법 개정 통해 '의약품 조건부 허가제도' 관리 강화"
2022.12.15 12:31 댓글쓰기

[기획 下]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는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조건부 허가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는 물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되자 규제당국도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건부 허가제도가 환자 이익이 아닌 제약사들 이익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미 약사법 개정을 통해 관리 규정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허가제도 이슈는 2020년~2022년까지 연이어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식약처는 2020년 말 '3상 조건부 허가조건 부여 의약품 허가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마련, 고시했다. 개정안 핵심은 관련 규정이 구체화되고, 업체들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3단계에 걸쳐 조건부 허가 이행을 관리하고 있다. 3단계는 임상시험계획서 승인, 조건부 허가 후 정기보고, 결과보고서 제출 단계로 나뉜다.


허가 기한에 앞서 식약처는 업체에 임상계획서 승인 조건 및 미행 시 조치 사항을 전달한다. 제출한 내용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보완 요청 및 허가 취소 결정도 내린다.


허가 후 정기보고와 시판 후 처분 단계에서는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허가 조건 기한 내 품목의 임상시험 진행 현황 및 유통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필요한 경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및 관련 전문기관 자문도 진행한다. 최종 임상시험 결과 및 정기보고에 대한 자료 미제출은 약사법 제31조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조건부 허가품목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서 시행중"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 미제출 등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품목 취소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결과보고서 제출 기한 등 제도 지속적으로 개선"


관련 제도는 이미 정비돼 있지만, 여전히 빈틈이 많아 업체들의 악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조건부 허가 후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제출 기한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 2012년부터 10년간 조건부 허가 혜택을 받은 35개 품목 가운데 15개(약 40%) 품목이 3상 자료 제출 의무가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개발 시 환자 모집 자체가 쉽지 않아 결과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일부 제도를 악용해 이익을 보려는 업체들도 있겠지만, 임상 3상은 속도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와 함께 학계에서도 부실한 조건부 허가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최근 열린 한국FDC규제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조건부 허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대안 마련이 촉구됐다.


동국대 약대 교수는 "언론 보도를 보면 조건부 허가를 교묘히 악용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며 "식약처는 허가를 남발하기보다는 해당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K-바이오가 버블이 안 되도록 하려면 업체들의 윤리성에 기댈 게 아니라 규제기관이 질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틈이 있다면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국민들 건강을 위해 안전한 의약품을 허가할 의무가 있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지목되는 바이오 산업 육성 및 지원이 역할도 부담하고 있다. 


모순되는 두 가지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식약처는 제약·바이오업계, 학계, 기관 등 관련 업계의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도 개선 및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조건부 허가 의약품에 대한 이상 자료 제출 기한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며 "조건부 허가 취지에 부합하면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간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직은 제출 기한이 없어 관련 규정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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