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신약 개발이 실패하거나 자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임상시험 중단 이유는 유효성 입증 실패가 주된 이유지만, 일부 업체는 자금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박셀바이오·파멥신·SK바이오사이언스, 압타바이오 등이 금년 하반기에 진행 중인 신약 임상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박셀바이오는 후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 'Vax-DC/MM' 임상 2상 연구를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임상에서 높은 면역반응률을 보이는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경쟁 바이오 업체들이 더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발매 허가를 얻고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을 임상 중단 이유로 꼽았다.
임상 중단 이유가 유효성 입증 실패라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개발 중인 제품을 시장에 내놔도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파멥신은 재발성교모세포종 신약 'TTAC-0001(올린베시맙)'의 호주 및 미국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했다.
회사 측은 "임상 중단은 유효성과는 별개로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와 함께 그로 인한 자금 부담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파멥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임상 일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상당한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투입 자원 대비 이익, 회사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을 감안해 조기 임상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가 로타 바이러스 백신으로 개발 중인 'P2-VP8' 임상 3상을 조기 중단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잠비아, 가나, 말라위 등 3개국에서 P2-VP8의 중증 로타 바이러스 위장관염 예방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임상 중단 이유는 유효성 부족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의 1단계 중간평가 결과 대조백신 대비 효능 측면 우위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규모 임상을 그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임상 3상 2단계를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임상 종료 후 유효성 도출 결과 '반신반의'
임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임상 종료 후 유효성에 대해 업계의 의구심을 받는 곳도 있다.
압타바이오는 당뇨병증 신증치료제 'APX-115'의 임상 2상 결과를 내놨으나, 임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1차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다.
신장질환을 평가하는 주요 바이오마커가 위약군에선 약 3% 미만 감소했는데 APX-115 투여군에선 2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으나,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압타바이오는 전체 환자군 중 중증환자에 대한 분석에서는 유효성과 함께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혀 개발을 계속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마쳤으나 허가 단계에서 고배를 마신 바이오 업체도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의 유럽 품목허가를 자진 철회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앞서 지난 5월 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HD201' 품목허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에 불복해 즉각 재심사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심사 결과 도출이 임박했을 시점에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품목허가 자진 철회로 입장을 선회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자료 보완을 통해 다시 판매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의 허가는 물건너가게 됐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업체의 경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아 1~2개 품목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한번의 신약 임상 실패가 회사 명운을 좌우하기도 하는 만큼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년 간 바이오업체가 개발 중인 신약을 통한 기술특례상장은 봇물을 이뤘다. 이들 업체 중 성과를 나타내는 곳은 소수에 불과해 바이오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이를 반영하듯 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