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공급하던 한국MSD 백신 품목 일부를 광동제약이 유통하게 됐다.
광동제약은 이를 통해 제약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백신 유통 사업이 수익성이 낮은 만큼 회사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동제약은 한국MSD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 Virus) 백신 '가다실·가다실9'의 코프로모션(Co-promotion)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2024년 1월 1일부터 '가다실·가다실9' 국내 마케팅 및 유통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가다실9은 ▲만 9~45세 여성의 HPV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의 예방,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의 예방, HPV 6, 11,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지속적 감염 및 전암성 병변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과 ▲만 9~26세 남성의 HPV 16, 18, 31, 33, 45, 52형 및 58형에 의한 항문암,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및,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형에 의한 전암성 또는 이형성 병변의 예방 백신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HPV 백신 도입으로 백신사업 분야 제품 라인업이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다.
광동제약은 앞서 지난 2015년 GSK와 백신 8종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며 백신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광동제약의 백신류 매출은 2016년 18억 원에서 2017년 400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2021년에는 68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허가 자료 비미' 등의 이유로 GSK의 국내 백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광동제약의 제약사업은 급격히 기울었고, 지난해 백신류 매출은 284억 원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이 매출 공백을 메꾸기 위해 MSD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다실과 가다실9의 지난해 매출은 약 1400억 원으로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1조43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내년 가다실 판매 실적이 반영되면 연매출은 1조6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늘어난 매출 만큼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출만큼 판매관리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MSD 백신을 판매했던 HK이노엔의 경우 매출이 2020년 5984억 원에서 지난해 8465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4.5%에서 6.2%로 급감했다. HK이노엔의 지난해 지급수수료는 6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K이노엔은 MSD와의 계약 만료를 대비해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사업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상태로, 다국적 제약사 및 국내 대형 제약사와 블록버스터 제품의 코프로모션 계약을 통해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광동제약의 경우 자체 제품 비중이 적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인데 MSD 백신 판매로 인한 수익성 추이가 주목된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7%에 그쳤다.
또한 광동제약이 가다실 판매를 위해 영업인력을 확충할 경우 판관비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향후 백신 사업 계획 등에 대해 광동제약에 문의했으나 광동제약 측은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