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OCI 통합, 채무이행·신약개발 시너지"
"자금소요 채무 조기 상환·신약 기술이전 주도권 확보 등 기대감 제고"
2024.01.29 14:39 댓글쓰기



이종 기업간 협력 모델을 한국 경제계에 제시한 한미그룹(회장 송영숙)과 OCI그룹(회장 이우현)이 통합 이후 이뤄낼 시너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긴박한 자금 수요에 대한 숨통이 트여 안정적 미래성장 동력 창출의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채 늘어난 한미사이언스, 채무 조기 상환 속도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 의료기기, 식품, IT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모했다.


그러나 반대 급부로 1300억원대 한미헬스케어 부채도 함께 떠안으면서 채무 조기 상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받아 왔다. 


상속세 납부 등 목적으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들이 받은 주식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금 증가는 주주 가치 훼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OCI와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한미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금 확보로 헬스케어 영역 확대, 부광약품과 시너지 창출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확보할 또 다른 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 운영 자금으로 쓰이게 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그룹은 OCI그룹 계열사인 부광약품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매출의 10~2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혁신신약 개발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다.


한미그룹과 협업할 경우 R&D 시너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R&D가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부광약품은 우울증, 파킨스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 신약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양사 신약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인데, 구조조정 같은 R&D 조직에 대한 인위적 개편 없이도 양사 협력을 통해 더욱 속도감 있는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영업 부문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예상된다. 만성질환 분야 개량·복합신약을 주력 제품으로 보유한 한미약품과 겹치는 제품이 없어 두 회사가 협력하는 세일즈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한미그룹이 지속적 TV CF를 통해 ‘시린메드’ 등 제품을 키운 경험이 있는 부광약품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빅파마와 신약 기술이전 협상 시 주도권 확보


무엇보다 한미그룹이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빅 파마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원 개발사가 해당 후보물질을 끝까지 개발해 상용화시킬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협상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유용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미 측 설명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과 계약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원개발사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 신약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강력한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OCI그룹, 경쟁력 있는 한미약품 제품 수출 활로 제고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OCI의 네트워크를 한미그룹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OCI 노하우가 한미약품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예컨대 한미그룹이 중국 시장 진출 당시, 중국 특유의 문화적 배경과 삶의 방식에 조예가 깊던 송영숙 회장이 중국 ‘1가구 1자녀’ 정책 시행을 앞두고 고품격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알고프리미엄 어린이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사례가 나올 거라는 판단이다.


작년 4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북경한미약품의 주력 제품은 프리미엄 정장제 ‘마미아이’, 유소아 해열제 ‘이탄징’ 등 프리미엄 어린이 의약품으로 채워져 있다. 


한미그룹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시에도 OCI와의 통합 시너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까지 한미그룹이 체결한 신약 라이선스 계약 유형을 살펴보면, 한미그룹의 직접 영업이 가능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全) 영역을 상대 회사 권리로 넘겨 왔다.


하지만 향후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시에는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가들을 직판 가능 영역으로 남겨둬 상용화 이후 매출 가치를 더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약품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고히 지켜내면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OCI와 ‘이종 산업간 결합’이기 때문에 이사회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며 “한미 정체성과 ‘R&D에 집중하는 DNA’는 통합 이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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