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혜 기자·김용준 인턴기자] 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의 궐기대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피켓을 든 성난 의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등을 촉구했다.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하 회장은 "정부는 앞에서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는 뒤에서 전국 시도의사회장에게는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수련병원장에게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전문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화가 난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개원의, 봉직의는 물론 서울시 9개 의과대학 학생들과 60여개 수련병원 전공의들까지 투쟁에 동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의대생들은 동맹휴학,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우리는 전공의, 봉직의 개원의와 함께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소리쳤다.
1년차 수료 15일 앞둔 전공의 "지금 병원 나오는게 낫겠다고 생각"
특히 원광대 산본병원 내과 전공의 1년차 김다인(가명)씨는 수료를 앞둔 상황에서 사직서를 내고 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김다인 전공의는 대회사를 통해 "정부가 내놓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이 실행되는 걸 보느니 지금 병원을 나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고 한다"라며 "그러나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 당장 나를 지켜내야 했다"고 호소했다.
김 전공의는 "보름만 지나면 레지던트 1년차 수료다. 아쉽고 피눈물이 난다. 솔직히 너무 떨리고 다시 돌아가고도 싶다.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증원이나 패키지 시행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왔다.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대전·울산·충북·전북 등 시도의사회 집회 개최
서울시의사회의 궐기대회에 앞서 강원도의사회는이날 오후 강원도청 앞에서 의사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었다.
강원도의사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는 의대 교육 여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사항"이라면서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니다.
이어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리면 의대를 24개 신설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의대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낮 12시 30분에는 대전시의사회가, 오후 1시에는 울산시의사회와 충청북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가 각각 집회를 열었다.
대전시의사회 소속 의사 10여 명은 국민의힘 대전시당사 앞에서 "의사 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저수가, 형사처벌 우려 등 때문에 산부인과와 외과 등 기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의사회는 오후 1시 풍남문 광장에서 의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수 전북의사회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은 의사 충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저수가를 개선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울산시의사회도 의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의힘 울산시당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10년, 15년 뒤에나 배출될 2000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붕괴하는 필수의료 분야를 살릴 논의의 장에 성실히 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충북도의사회도 "증원 인력이 의사가 되는 데 걸리는 10년의 세월 동안 필수의료 붕괴는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국민의힘 울산시당사 앞에서 의대증원 정책 강행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에는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창규 울산시의사회장은 "의료계가 필수의료 살리기 방안을 최우선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허점투성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만을 강행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정부가 10년 후에나 배출될 의사 2000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현재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논의의 장에 임하기를 원한다"라고 알렸다.
경상북도의사회 역시 이날 규탄대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분노와 굳은 결의를 담아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졸속 추진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우석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진료실에서 입고 있던 의사 가운을 벗었다"며 "이 결의는 누구의 강요도 없이 의업에 종사하는 의사의 양심적 분노에 의해 대한민국 의료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비대위를 중심으로 연대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개최한 집회로 궐기대회를 갈음하고, 향후 상경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고, 부산시의사회와 인천시의사회는 지난 13일 결의대회를 열어 이날은 별도 집회는 열지 않는다.
한편, 각 시도의사회 2월 17일 서울에 모여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