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 오전 6시를 기해 빅5 병원 등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가운데 병원들은 수술 연기·대체인력 투입 준비를 마쳤지만 간호사들은 비협조 방침을 세워 추이가 주목된다.
그렇잖아도 병원 내 진료 등 현장 상황이 힘들어지는 마당에 간호사들까지 준법투쟁에 가세, 걷잡을 수 없는 진료대란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진료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이 의사 업무 공백으로 발생하는 지시를 거부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전국 산하 224개 의료기관 지부를 두고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은 지난 19일 전국 지부장 회의를 열고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사립대병원 지부 위주로 보고된 회의에서는 인턴과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 현황, 병원 피해 사례, 병원별 대응, 현장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의 업무 수행 방침 등이 다뤄졌다.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립대병원 인턴 대부분은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계약을 불이행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한발 앞서 19일부터 진료를 중단했고, 나머지 사립대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오후 6시 또는 20일 0시를 기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직이 없는 진료과 교수와 전문의들을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공백이 발생하는 필수부서에 투입하는 방안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곽경선 보건노조 사무처장은 "암환자, 응급환자 수술 등을 제외하고 약 50% 수술방 운영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등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 이미 수술 예약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료계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PA진료 거부, 간호사 준법투쟁"
이러한 상황 속에서 PA 간호사의 의사업무 대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가 전공의 파업 발생 시 PA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했지만 간호사 단체는 이를 거부키로 했다.
현재 수술동의서 서명, 드레싱, 동맥혈 가스검사(ABGA), 배설관리(Foley) 등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맡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보건노조 측 설명이다.
이처럼 비상이 걸리자 PA 간호사들의 전공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당사자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있는 수련병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환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현장 PA 간호사들은 전공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대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경선 보건노조 사무처장은 "전공의 부재시 병원이 PA에게 전가시키는 업무를 조사 중이며, PA 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도 떠맡게 되는 업무를 이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대한간호협회도 비슷한 취지의 방침을 세운 상태다. 간협은 '의료공백 위기대응 간호사 TF'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고 ▲의사들이 업무 거부시 간호사들의 준법투쟁 기조 유지 ▲간호사 법적보호를 정부로부터 약속받고 의료공백 메우기에 참여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그 결과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선 간호사들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법적보호 장치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