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을 시사하며 연일 정부를 압박하던 의대 교수들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차관과 만나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으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정부, 의사단체와 대화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표명했다.
신규 인턴‧전임의들까지 강경 입장…정부 vs 젊은의사들 대립 격화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 추진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대거 사직하기 시작,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대생들도 2월 22일까지 1만1481명이 휴학을 신청하면서 일부 대학은 개강을 늦추기로 했다.
여기에 부산대병원과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전국 수련병원에 입사 예정이었던 신규 인턴들도 임용포기서를 제출하고 있어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월말 계약만료를 앞둔 전임의 및 임상강사(펠로우)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현장 시름이 더해지면서 파국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 반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한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25일 의대 정원 2000명에 증원에 대해 “계속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00명은 정부가 협상하기 위해 던진 숫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는 의료법 등 관련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의무와 같은 것”이라며 “강경이 아니라 원칙대응”이라고 반박했다.
의대 교수, 대화 통한 중재자 역할 자처
이런 가운데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 증원 방침과 전공의에 대한 강압 대처를 비판하면서도,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양상이다.
지난 21일 인제대를 시작으로 순천향대, 서울대,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각각 입장문을 내고 집단행동을 시사했다.
인제대 의대 교수 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대화 노력 없이 일방적 처벌 기조만을 내세운다면 교육 현장과 진료 현장을 지키는 교수들도 제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승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회의 비상대책위원회도 23일 “정부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으며,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24일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서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며 교수들의 격앙됐던 목소리는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3일 저녁 박민수 복지부 차관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이 만든 문제는 감성이 해결하고, 감성이 만든 문제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답(答)이 나온다. 지금은 모두가 너무 감정에 치우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대화할 때 이미 답은 거기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통해 일관된 입장낼 것"
아울러 앞서 입장문을 냈던 의대들을 포함해 다른 의대 교수협은 앞으로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를 통해 통일된 입장을 내기로 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교수협의회의 임원인 A 교수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의대들이 개별적으로 입장문을 내거나 행동하지 않고 향후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의대 증원 방침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필수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속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B 교수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일단 교수들은 자리를 지킬 것이지만 전공의들이 처벌받는다면 ‘액션을 취하겠다’는 생각은 이전과 같다. 애들이 다치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지금 전공의 3년차가 2020년때 본과 4학년이었다. 연거푸 두 번이나 심한 일을 겪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반항하는 게 아니고, 정말로 자포자기 심정으로 포기를 하고 나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