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대생, 전임의에 이어 교수까지 정부 정책 추진에 환멸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번아웃을 감내하며 의료현장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북대 의대 외과 A교수는 SNS를 통해 "저는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 전 번아웃도 됐고, 더 힘만 빠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한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 의미를 되새기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인사했다.
현장에서 있는 의사들이 현행 필수의료 살리기 관련 정부 정책이 좋은 정책이 아닌 나쁜 정책이라고 지적하는데, 그는 "이런 비판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는 외과 교수가, 도움 안되고 쓸데 없는 정책이라는데 왜 귀기울이지 않나"
그는 "외과가 필수과라면 현재 그 현장에 있는 제가, 그리고 우리가 도움도 안 되고 쓸 데 없는 정책이라고,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호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학 본부에서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이 본질과 현실 파악에 대한 노력은 없고 해당 정책의 결과도 예측할 생각도 없다"며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 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말을 잃게 만들어 뭐라고 언급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후배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협박하고 있으며, 선배 의사로서 의료 현장에 서 있는 것이 떳떳하지 않아 사직을 한다"고 밝혔다.
"외과 전공의들에게 우는 아이한테 뺨 대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
A교수는 "장미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후대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 하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 전공의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다. 정부 겁박에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며 사직의 이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