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단체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단체행동 가능성을 내비치자 정부가 "엄중한 대응" 방침으로 맞불을 놨다. 이에 향후 단체행동이 실현된다면 의료인 대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7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도 4만5000여명 규모의 총파업을 개시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한다"고 강하게 나온 데 이어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 강 대치를 이어 온 '의대 정원' 사안이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59조에 의거 의료인 대상 '업무개시명령'은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직권으로 발동될 수 있다.
앞서 2000년, 2014년, 2020년 각각 의약분업, 원격의료,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특히 2020년에는 병원 핵심인력인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들도 진료현장과 학교를 떠나 단체행동 파급력을 키웠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전공의 등 27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7월 13일, 노조 설립 이래 최대 규모로 이틀 간 총파업을 벌인 보건의료노조 사례에서 윤석열 정부 방침을 가늠해볼 수 있다.
노조는 ▲의사인력 확충 ▲9.2 노정합의 이행 ▲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병원을 이탈했다.
이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파업은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하나 노조가 발언하는 내용은 그 권한을 벗어난다"며 "정당한지 법적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면 업무복귀명령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노조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危害)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가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료인 윤리와 의무를 저버린 정치파업이자 민폐파업"이라고 힐난했고, 박대출 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정부는 합법파업은 보장하되 불법파업은 단호히 조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절차를 준수한 합법적 쟁의행위이므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연하게 맞섰다.
또 "개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과 달리 우리는 헌법, 노동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에 근거해 파업하고 있어 사례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적법 파업, 헌법상 보장 권리···정부 의료법 해석 여지 주목
실제 노동법상 필수유지업무 및 절차 등을 준수하며 벌인 적법 파업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기에 정부의 행정명령인 업무개시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경고한 이상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N 노무법인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법상 파업의 정당한 사유를 따질 때, 일부 요구가 파업 목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그간 단체행동은 최후 수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지난해 말 정부 의대 정원 확대 강행에 대한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이후 일부 수련병원 55곳에서 자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서울 빅5병원을 비롯한 전국 사립·국립대병원에서 약 86%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참여 의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