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대신 차선 택한 산부인과 '설왕설래'
'총론적 논의 기회 없어 결정' vs '시한 늦춰도 정부가 수용할까'
2013.06.18 20:00 댓글쓰기

산부인과가 복강경 수술 중단이라는 최후의 협상 카드를 뒤로하고 정부와 제도 개선 및 일부 항목 수가 인상에 합의하면서 약 2주간의 단체행동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로써 산부인과는 가임능력보존수술 수가 가산과 1~3년 내 포괄수가제(DRG) 문제점 논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일각에서는 앞으로 있을 협상 과정의 난항을 예상하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와의 논의 과정은 종합병원급 이상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을 전제로 진행돼 왔다.

 

전문의 자문회의, 종합간담회, 포괄수가제 개선검토위원회,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 등 다양한 형태의 회의나 담당자 면담 등을 진행해 왔지만 ‘확대 적용 자체에 대한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학회에서는 단체 행동을 결의하고, 한시적 복강경 수술 중단을 선언했으나 복지부와의 막판 조율을 통해 강경입장을 선회했다.

 

 

이 때 산부인과에서는 자궁이나 난소 등을 적출하지 않고 임신 능력을 보전하는 시술인 가임능력보존수술 수가를 보전하는 것과 1년 내 산부인과 포괄수가를 재논의하는 것을 요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민응기 포괄수가제 TFT위원장은 “정부는 1년 내 재논의를 분명히 약속했고 이를 건정심 본회의에 명문화하기로 했다”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도 재논의와 함께 가임능력보존수술 수가 가산금 지원을 고려한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18일 건정심 본회의를 통해 산부인과의 제도개선 및 가임능력보존수술 수가 가산 중재안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환자분류체계도 현재 11개에서 5개를 추가해 16개로 세분화됐다.

 

이처럼 학회가 중재안을 선택한 데는 단기간 내 설득할 만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결정을 뒤집을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아무런 소득 없이 산부인과는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학회 김병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논의할 때 책 몇 권 두께 수준의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나온다. 반면 자료 제출은 2~3일 뒤식으로 단기간 내 해줄 것을 요청한다. 현실상 이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정부와의 조율 속에서 진정성을 확인했고 고심 끝에 최선이 안 된다면 파국을 막는 차선책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논의 기간이 산부인과 지불제도가 바뀌는 터닝포인트로 삼고 그동안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수술 중단과 같은 집단 행동은 지난 포괄수가제 병·의원급 당연적용 시행 당시에도 사용했던 카드다. 안과에서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백내장 수술 거부 움직임이 있었으나 끝내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대한안과학회 양석우 정보통신위원장은 “기억하기로 전면적인 거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며 “수술 거부는 여론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말 제시할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쓰는 마지막 카드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산부인과 DRG 모델’ 기대와 우려

 

이처럼 산부인과는 한 발 물러서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1~3년 내 실제 DRG 시행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포괄수가제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해 병·의원급 당연 적용 때에도 1년 내 제도 전반에 걸친 재평가 등 보완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청, 기대했으나 사실상 이뤄진 것이 없다.

 

한 산부인과 개원의사는 “1년 뒤를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료 조사를 해보니 근거가 확실치 않아 그대로 가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 결정해야 할 일을 늦춘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복강경 수술을 안 하고 개복 수술을 하는 것은 진료 거부가 아니”라며 “결의까지 해 놓고 왜 안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제도 시행 후 협의체를 통해 수가 현실화와 신의료기술, 환자분류체계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기로 했으나 실제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산부인과 의사는 “일단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병원들의 방대한 자료를 잘 취합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해야 한다. 지표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 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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