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응급의료 별 지다···비통에 잠긴 하루
밤낮없이 환자만 본 故 윤한덕 센터장, '1주일 5~6일 근무 일상 등 국가적 손실'
2019.02.08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강화에 헌신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의료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설 연휴 동안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홀로 지키며 업무를 보다 숨진 故 윤한덕 센터장의 비보(悲報)가 전해진 것은 지난 6일이다. 이후 유가족 요청에 따라 부검이 진행된 결과,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밝혀졌다.
 
故 윤한덕 센터장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국립중앙의료원 고임석 기조실장은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일주일에 5~6일을 일에 매진했다. 이번 급성심장사는 20년 간 그렇게 일해 온 과로의 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집무실이 별도 건물에 있었고 주변에서는 주말에 고향에 내려간 줄로 알고 있었다”며 뒤늦은 발견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윤 센터장은 국내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발전시켜 온 장본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국가적 손실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SNS를 통해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님의 순직을 추모한다. 고인은 정말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며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 진심으로 국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싶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故 윤한덕 센터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재난재해 현장의 의료지원과 응급의료기관 질평가 도입에 앞장섰으며 의료현장에서 닥터헬기가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오는 등 대한민국 응급의료 정착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은 “응급의료계의 별이 졌다”며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다.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진료가 나올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모든 회원이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윤 센터장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진정한 리더였다. 숭고한 뜻을 받들어 국민들에게 최상의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닥터헬기 도입·재난의료시스템 구축 등 마지막까지 헌신
 
윤 센터장은 2011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닥터헬기를 처음 도입해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당시 이와 함께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실시간 응급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골든타임 30분’의 개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감염병 및 재난상황 발생 시 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 지원을 가능케 하는 이동형 병원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윤 센터장의 공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다소 부족한 재난의료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힘을 기울였다. 혼란스러운 재난 현장에서의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의료지원팀(DMAT) 훈련도 이끌었다.
 
윤 센터장은 생전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 응급구조사의 전문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료인 단체를 향해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든 응급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로서 응급구조사가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며 부탁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보였던 윤 센터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은 고인의 장례를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진행키로 했다. 영결식은 오는 2월10일 오전 9시 엄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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