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1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현장 간호사들이 전공의 부재로 인한 불법의료행위 강요 상황을 폭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파업과 관련한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 강요 실태를 고발했다.
보건노조는 "진료공백 탓에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며 "지금 의료현장은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응급실에서는 응급구조사들이 치료를 대신하고 있으며, 응급상황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하는데 의사가 없다 보니 흉부압박, 수동산소공급 등이 간호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병원 간호사 A씨는 수술을 50% 이상 줄이고 환자를 조기퇴원 시키고 있는 의료현장 증언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들이 외래진료, 수술에 투입되고 있다.
A씨는 "위중증 환자는 간호사만 남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교수들이 도착하기 전 간호사들이 제세동기를 가동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도 지치고 있다"며 "수술에 손이 모자란 교수들을 대신해 PA간호사들이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있고 병동 간호사, 응급구조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로 지방 병원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인턴과 전공의가 항상 부족하거나 공석이었고 그 공백은 언제나 PA간호사가 대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방 소재 사립대병원 간호사 B씨는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 때도 교수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PA 간호사 사직을 걱정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남자간호사로 팀 꾸려 침습행위 수행
그러나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해 더 많은 의사 업무가 전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B씨는 "수술 동의서 받기, 의사 아이디로 대리처방하기, 의무기록 작성, CPR 등을 하고 있다"며 "의사 업무 위임 사항도 시간대별로 계속 변경돼 내용 파악이 헷갈릴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어 "남자간호사들로 팀을 만들어 도뇨삽관, 항암포트니들제거, 관장 등 침습적 처치 업무를 하고 있다"며 "의사 없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로만 CPR팀을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노조는 정부와 의사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최희선 위원장은 "의사도 정부도 지금의 재난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즉각 대화 자리에 앉으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도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현장 상황을 폭로했다.
의료노련은 "병원 내 감염관리를 위해 시행하는 카바페넴분해효소 유전자 검사는 엄두조차 못 내고, PA간호사에게 수동식 산소공급을 지시해 거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