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10년' 예상 못미친 서울 대형병원 빨대효과
전체 이용자중 진료비율 2.9% 불과…호남선 개통 앞두고 긴장감
2014.04.02 20:00 댓글쓰기

시속 300km로 대한민국 생활지도를 바꾼 국내 최초의 고속열차 KTX(Korea Train eXpress)가 운행을 시작한 지 10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KTX가 운행한 거리는 총 2억4000만㎞로 지구 6000바퀴 이상을 달렸다. 그만큼 사회 전반은 물론 의료계에 미친 영향력도 상당하다.

 

KTX 운행이 시작된 2004년 지방 의료계는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으로 급격히 옮겨갈 것을 우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KTX로 부산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안팎, 대구에서는 2시간, 그리고 대전은 불과 1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편입됐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KTX 이용자 1만2807명을 대상으로 통행 목적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족·친구 방문이 39.2%, 업무·출장이 27.3% 등이지만, 병원진료는 2.9%에 불과했다.

 

실제 대전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KTX 개통으로 인한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앞서 제기됐던 우려감보다 실제 피부로 느낀 환자 유출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식수술, 암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는 KTX가 운행하기 이전에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가서 수술과 진료를 받아왔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도 "KTX로 인해 서울이 지방의 자본과 인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지방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도 지역 병원들은 여전히 KTX에 신경을 쓴다. 환자 유출과 유입 등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모습이다.

 

KTX 운영 여부와 무관하더라도 소위 ‘빅5 병원’이라고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에 지방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원장은 “KTX가 운행되면서 환자들이 서울로 많이 가다 보니 병원이 어려워진 점이 있다”며 실제 지방에서 느끼는 환자 유출의 체감을 토로했다.

 

부산 지역의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지역 병원보다 서울에 있는 병원이 더 좋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환자는 서울에서 진료나 수술을 못 받게 되면 아쉬움을 안고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환자들이 서울행을 고민하는 데 있어 KTX가 좀 더 서울에 가는 선택을 쉽게 도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부산지역의 환자유출 경험 때문인지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있는 지역병원들도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특히 위암·대장암·유방암·간암·폐암·갑상샘암 등 6대 암 수술 실적이 지난해 2500건으로 서울 빅5병원 다음으로 많은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2월 ‘토요일 암 수술’이라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병원은 비상경영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KTX 호남선 개통으로 서울 대형병원에 암 환자들이 몰려갈 것을 우려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전남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KTX 개통 소식에 따른 병원의 뚜렷한 대응방침 등은 아직 없지만 아무래도 환자 유출은 있지 않겠냐는 우려감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KTX, 수도권 환자 지방 역유입 기회 될수도”

 

반면 KTX로 인한 환자의 병원 선택을 ‘지방병원 역유입’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선 병원도 있다.

 

특히 경기도에 있는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전지역의 건양대병원은 직접 KTX 역에서 무료진료를 시행하며 병원을 홍보하기도 했다.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있는 광주시 역시 전문·특화병원 확충으로 지역의료산업의 새로운 전기로 삼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시는 지난 1월 출범한 ‘KTX 호남선 개통 대비 전략수립 시민협의체’에 병원 관계자를 포함시키는 한편 시에 총 630억원을 들여 퇴행성관절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전남대 의대 부지 내에 457억원을 투입해 어린이 전문병원을 2015년까지 준공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전의 건양대병원은 최근 한국철도공사와 대국민 공익사업 및 철도이용 고객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은 "철도 인프라와 연계한 환자진료 서비스를 확대함에 따라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KTX로 인한 환자 유입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전선병원 관계자도 “오히려 KTX 개통 이후 경기도권에서 병원을 찾는 역유입이 늘어났다”며 “지역 병원도 살아남기 위해 모발이식 등 특화된 분야를 개발·투자하기 때문에 KTX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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