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위해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한 부모를 검찰에 송치한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관련 규제 완화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해당 사건은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시적 채혈이 힘든 아이를 위해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다른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구입을 대행해 준 사실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지적에서다.
이와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이 같은 사건 발생의 근본원인은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의 경우 자가치료용 희소의료기기와 필수의료기기의 공급을 대행해 주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업무범위를 희소의료기기와 필수의료기기 관련 정보 제공과 공급을 위한 수입 대행 업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아이들 고통을 보듬고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법을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미비한 제도와 법(法)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자가사용 의료기기를 국가 주도로 공급할 수 있는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제품이 개발되는 속도가 국내에 수입 허가되는 속도보다 빠를 경우, 국내 환자들의 첨단의료기기 접근성이 제한돼 첨단의료기술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환자들이 기기를 적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 의료기기 수입·공급업무를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론의 움직임에 식약처도 관련 규제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
자가 사용을 위해 환자 및 가족이 해외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유사하게 공공기관 등이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고민 중이다.
또 최근에는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신준수 과장이 소아당뇨 등에 대한 의료기기 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자가사용 목적으로 환자가 수입하려 해도 민원신청 및 통관과정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연속혈당측정용 센서 및 인슐린 자동주입기 주사기 등 소아당뇨 어린이가 사용하는 소모성 재료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오는 7월부터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속혈당측정기 등 의료기기 자체에 대해서도 보험급여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소아당뇨 환아들의 의료기기 사용 불편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국내서 허가받지 않은 해외 의료기기를 개인이 구매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신준수 과장은 “의료기기법에서 예외 없이 허가를 강제하는 이유는 무허가 의료기기 사용시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위해로부터 국민 건강이 자유로울 수 없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허가 규정에 대한 당의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