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의료기기에 관한 낡은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의료기기 허가‧신고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의 법안이 제출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그 동안 각종 인허가 관련 문제와 이로 인해 한참이나 더딘 첨단의료기술 도입으로 적지 않은 부작용이 파생, 이제야 규제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기를 미래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은 “소아 혈당측정기를 사태는 아픈 아이를 둔 어머니의 마음을 돌이켜 보게 했으며 의료기기 규제에 대해 깊은 반성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일명 ‘소아당뇨 자녀를 둔 엔지니어 출신 엄마’를 위한 구제법이 나왔다.
지난 7월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이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개인치료, 임상시험, 연구개발 목적 의료기기 수입 시 허가·신고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형 당뇨 환우회 대표 김미영씨는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어린 아들을 위해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를 해외에서 구매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올해 7월부터 환자 요청이 있으면 식약처 산하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직접 의료기기를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 의원은 “국내 대체 의료기기가 없고 해외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은 경우, 판매·임대 목적이 아닌 순수 연구·사
용 목적으로 수입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부속품에 대해서는 수입허가·인증·신고 절차를 면제토록 했다. 만약 이를 위반해 판매하는 등 목적 외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김 의원은 “다행히 기소유예가 되긴 했지만 현행 법상 이런 사례에 대한 구제 방안이 전무하기 때문에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의 효율적인 관리와 보건위생 상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수입 및 판매하는 경우 이를 허가 또는 인증,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의료기기 수입 허가·인증·신고 품목은 약 2220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기기 수입허가·인증·신고제와는 달리 이를 면제하는 규정은 현행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단, 하위법령인 ‘의료기기법 시행령’에 국민보건 상 긴급한 도입이 필요한 의료기기의 경우 수입허가 등의 절차를 일부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김 의원은 “국내에 대체재가 없어 치료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해외에서 의료기기를 구매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법 체제는 범법자라는 굴레를 남겨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제라도 의료기기 수입허가 면제 특례 규정을 법률에 직접 명시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제품이 개발되는 속도가 국내에 수입 허가되는 속도보다 빠를 경우, 국내 환자들의 첨단의료기기 접근성이 제한돼 첨단의료기술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국내에 허가된 바 있으나 시장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지 않아 국내에 공급되지 않는 의료기기는 환자들에게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의료기기 수입·공급업무를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