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체계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혁신(첨단)의료기술을 위한 별도 평가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최근 인공지능(AI)·3D프린팅 등을 활용한 혁신의료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기존의 신의료기술평가 체계를 통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NECA 측은 혁신의료기술의 정의 및 분류, 평가체계 논의를 위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개최된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체계 마련’ 공청회에서 “특정 기술이 혁신의료기술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인허가 및 급여 문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혁신의료기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작업부터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공지능(AI)·3D프린팅·로봇·이식형 의료기기·나노기술·가상/증강현실·검사기기 등을 이용한 의료기술들이 모두 혁신의료기술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다만 ICT 기반 등 원격의료는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현재 연구범위에서는 배제됐다. 의료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일부 이식형 의료기기도 혁신의료기술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서준범 교수는 “나노기술의 경우는 약물전달이나 재생공학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으로 아직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혁신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기술 중 기존기술에 해당하지 않고 환자의 의료결과에 현저한 영향이 예상되는 의료기술 ▲혁신의료기기 미사용 의료기술 중 사회적 가치가 높은 의료기술을 신의료기술평가대상으로서의 혁신의료기술로 분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행 법률상 인정되는 신개념 의료기기, 보건신기술을 접목한 의료기술을 혁신의료기술로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좀더 유연하게 vs 안전성 먼저”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상수 상무는 “의료기기는 다품종 소량 생산 특징이 극대화된 만큼 혁신기술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내리기도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며 “좋은 취지여도 업계를 옥죌 수 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아산병원 박성호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은 타당한 근거를 갖고 신중하게 쓰여야 함을 고려할 때 디지털 혁신 의료기기 또한 안전성을 담보한 후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곽순헌 과장은 “의료기기 규제혁신은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자 관점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며 “아무리 첨단·혁신 의료기술이라고 해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허가를 통과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