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외래 진료 중이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피살된 사건에 대해 의료계가 깊은 애도를 표하고 나섰다.
나아가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응급실 외에도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폭력에 대해 엄중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국회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며칠 뒤 참변이 벌어졌다”며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회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다. 이번 사건으로 의료기관 내 어디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며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진 폭력에 대해 그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의료인 폭행 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협은 “최근 드라마에서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를 뒤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방송한 바 있다”며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쓰며 항의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인이 소속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인은 직장정신건강영역의 개척자였고 우리나라 자살예방을 위해 선도적 역할으 수행하던 리더였다”며 “별도의 추모과정을 통해 고인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데 마땅한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경정신의학회는 “의사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보장하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신보건 의료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정신과 의사와 치료팀 스탭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남아있다”며 “앞으로 학회는 완전하고 안전한 치료시스템 마련을 위해 해나갈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이명수 홍보이사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어떤 제도적인 개선에 대한 논의보다는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향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의 죽음ㅇ르 헛되게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도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이 회장은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연말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이다 보니 이번 일이 정말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신과에서 환자를 진료를 할 때 맞는 일이 있어도 넘어갔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고 이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응급실 폭력방지법은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진료현장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의료법과 정신보건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 내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이 발생할 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구랍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사건에 대한 의료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해당 청원은 신년 1일 오후 9시30분 2만2000여 명이 동의했으며,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인은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의업 종사자들 및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의 폭력과 폭행에 강력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구비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