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탄핵 폭풍…살얼음판 의료계
60일내 보궐선거 예정…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
2014.04.20 20:00 댓글쓰기

지난 2012년 3월, 변화를 갈망하던 의사들의 '전폭적 지지' 받아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노환규 전 회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살얼음판을 걷던 의료계가 더 큰 혼돈에 빠져든 것이다. 

 

줄곧 대치 국면을 이뤄왔던 노환규 전 회장과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 갈등은 임시대의원총회 막판 무렵, 극으로 치닫더니 결국 탄핵으로 결론 지어졌다.

 

"특출난 인물" 우호적 평가했던 변영우 의장과 대립된 노 전 회장

 

지난 2012년 3월 25일, 총 1574명의 선거인단 중 90%가 넘는 1430명이 참여한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노환규 전 회장은 58.7%(839표)를 얻었다. 의료계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압승이었다.

 

그는 당시 "많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 선거가 치러졌지만 본인의 당선에 일부 당황해하거나 심지어 분노하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안다"며 "의사가 당당하게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의료계 한 고위 인사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젊고 행동하는 리더로서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사뭇 기대가 크다"며 "어느 회장보다도 의료계 현실을 정돈된 시각으로 바라보며 한 번 결정된 일에 대해 거침없이 추진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돋보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은 노환규 회장을 '의협 100년사에 특출난 인물'이라 평하기도 했다.

 

변화를 바랐던 여론과 다소 낯설지만 과감한 결단성 등의 캐릭터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의협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2년여 만에 탄핵당했고 변영우 의장과는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
 

노 전 회장의 행보를 두고 항상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탄핵 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단은 그 누구도 쉽사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도의사회 A회장은 "회무능력의 문제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 왔던 것 아니냐. 의협 밖에서만 일을 했지 협회 조직 내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삼고초려를 불사해가면서라도 사람을 불러 모아야 했는데 실패한 셈"이라고 평했다.

 

그는 "말과 행동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회원들이 노 전회장의 순발력 있는 행동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거친 행동과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불신임안 가결 관련 법적 공방 예고

 

이제 불신임안 가결로 곧 바로 회장 업무 정지 상태에 들어간 노 전 회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보궐선거 출마 등 향후 계획에 대해 주판알을 튕겨야 하는 시점이다.

 

의협은 19일 임총 직후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직무대행직은 의협 부회장이자 현 부산시의사회 김경수 회장이 맡게 됐다. 상임이사진의 전원 사퇴가 예상됐지만 최악의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송형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임이사 간 중차대한 시기에 회무 공백이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다보니 의료계 내부의 상처를 봉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당장 공석인 회장자리를 누가 맡게될 지 또 한번 혼란이 예상된다.

 

의협은 정관상 60일 내 보궐선거를 실시해 남은 1년을 이끌어갈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현행 의협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결원이 생긴날 부터 60일 내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50일 전에 선거공고를 해야 한다.

 

탄핵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가처분신청은 원칙적으로 노 회장이 결정해야 하는데 신청 가능성은 매우 높다. 송 대변인은 "대의원회가 의협 산하기구이기 때문에 노 회장이 의협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환규 전 회장 "회원 93% 탄핵 반대"

 

임총 직전 실시한 회원 투표 결과 탄핵 반대 의견이 92.8%로 집계된 점은 노 전 회장이 이번 임총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노환규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큰 불명예일 수 있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회원투표를 통해 확인한 회원들의 뜻은 93%가 탄핵에 반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협 106년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사원총회를 계획해 회원의 권리를 주창했고 토호 세력으로 변질된 시도의사회중심의 의사회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어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의 대가로 탄핵을 받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37대 상임이사회 일동도 전원 입장 발표를 통해 노 전 회장의 불신임안 가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대의원회의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의결과 관련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회원 다수의 민심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상임이사회는 "더욱이 회장 불신임안을 회의 안건으로 부의하는데 동의했다는 95명의 대의원에 대한 정확한 사실 요구가 있었음에도 대의원회 의장에 대해 일방적으로 묵살당한 것은 의협 역사상 길이 남을 오점"이라고 맹비난했다.

 

여기에 노 전 회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노 회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해 현 대의원회의 해산과 법적 책임을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한다면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

 

현재 정관에서 불신임을 받은 회장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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