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자리 대한의사협회장 '흑(黑) 역사'
10여 년 새 4명 중도 사퇴…사법기관 조사·유죄판결 속출
2014.05.06 20:00 댓글쓰기

2014년 4월 19일. 대한의사협회 100여 년 역사에 첫 회장 불신임이 결정됐다. 대의원회가 노환규 회장의 독선적 회무와 대정부 투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불신임안을 가결 시켰다.

 

노 전 회장은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대의원들의 결정에 불복했지만 의협은 정관에 따라 보궐선거 일정을 공고하는 등 새수장 선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10여 일 후인 지난 5월 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집단휴진을 주도한 노환규 전 회장을 고발키로 의결했다. 또 의협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완주 어려운 의협회장

 

지난 10여 년의 의사협회 회장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작금의 상황은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계속되는 정부의 의료계 옥죄기 정책에 직선제 이후 거세지고 있는 회원들의 입김까지. 의협회장은 그야말로 수난의 자리였다.

 

의협회장이 사퇴 압박에 의해 중도 하차한 경우는 2000년 이후 세 차례 있었다. 의협회장 불신임안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된 경우는 이번을 포함 두 번째다.

 

의약분업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0년 2월 故 유성희 회장이 임기를 3개월 앞두고 회장직을 내놓으며, 의협회장 중도 사퇴의 역사는 시작됐다.

 

당시 유 회장은 의약분업 도입 대처방식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의협은 임총을 열어 유 회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두 번째는 유 회장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른 김재정 前 회장이다. 의약분업 사태가 한창이던 2000년 4월 회장에 선출돼 의료계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그는 이듬해인 2001년 6월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부의 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2006년 5월 취임한 장동익 前 회장 역시 중도사퇴했다. 소아과 명칭 개명 사태와 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개입 의혹설 등에 휩싸여 취임 100일 만에 의협 자체 특별감사에 회부됐다.

 

끊임 없는 탄핵 여론에 시달리던 장 前 회장은 의협 역사상 처음으로 협회장에 대한 불신임안건이 발의되는 불명예를 얻었으나 임총 본회의가 표결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가까스로 회장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장 前 회장은 국회의원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아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불신임안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안건이 총회에 상정된 경우도 있었다. 2011년 경만호 前 회장은 정책 현안에 대한 의료계 내부 갈등과 더불어 와인 구매 의혹 등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다.

 

급기야 협회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일부 시도의사회의 ‘사퇴권고안’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됐지만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돼 본회의에 오르지는 못했다.

 

노환규 前 회장의 경우 의협 역사상 두 번째로 불신임 안건이 대의원회에 상정됐고, 총회에서 가결되며 임기 도중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중도하차한 첫 번째 흑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사정기관 타깃, 검찰 고발도 난무

 

의협회장들은 사법기관과도 달갑지 않은 연을 맺어야 했다. 일부는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고, 일부는 내홍이 검찰 고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정부 투쟁 최후의 보루인 집단휴진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총 3명의 의협회장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

 

우선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관련 의료계 총파업을 이끈 김재정·한광수 前 의협회장을 '의료기관 휴진 강요에 따른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한 前 회장은 1·2심에서 공정거래법·의료법 등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05년 9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1년과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회장은 의료법상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데 따라 2007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취소 처분도 받았으며 이듬해인 2008년 특별복권됐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진을 주도한 노환규 前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국민의 건강, 보건권을 침해하고 개별 의사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진료여부 결정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다.

 

의협 내부의 갈등이 검찰 고발로 비화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2010년 5월 경만호 前 회장은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였던 노환규 前 회장으로부터 공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의사단체인 ‘의료와 사회포럼’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처럼 꾸며 1억원의 연구비를 전용하려 했다는게 고발 사유였다. 경 前 회장은 결국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동익 前 회장은 지난 2006년 8월 명예훼손 혐의로, 같은 해 9월에는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두 차례 고발 당했다. 모두 회원들에 의한 고발이었다.

 

이듬해인 2007년 4월에는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이 터지면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뇌물공여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장 前 회장은 이 사건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지난 2009년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노환규 前 회장 역시 지난 7월 의협회원 12명으로부터 공금 횡령 및 배임뿐 아니라 집단 명예훼손, 폭행·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당했다.

 

공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회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세 번째 회장으로, 이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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