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간극 벌어지는 '한 지붕 두 가족'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집행부, 투쟁체·협상단 등 혼선 가중
2014.05.11 20:00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원격의료 시범사업 원천 반대를 결의한 후 다시 대정부 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대위가 천명한 재협상과는 무관하게 기존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가 합의, 이달 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의협 비대위 아닌 집행부와 논의 

 

의협과 복지부는 지난 9일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제2차 회의를 열어 "그 간 실무협의를 지속한 결과 최소한 5월 중순까지 모형을 확정하고 5월말 이전에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형 설계 시에는 안전성, 유효성에 초첨을 맞추되 환자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노 전 회장 탄핵으로 의료계 내 갈등이 일단락되기는 커녕 대의원회와 집행부 간 분위기는 냉랭 그 자체다. 

 

당초 의정 협의결과에 따르면 의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복지부가 검토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항에 합의한 노환규 전 회장은 대의원들과의 갈등 끝에 탄핵됐다. 주도적으로 시범사업 모델을 구상할 중심 축이 사라진 셈이다.

 

최재욱 상근부회장이 이행추진단으로 복지부와 협의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만큼 중대한 사안을 어떤 방향과 전략으로 이끌고 갈지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현 집행부와 비대위 간 간극이다. 앞서 의협과 복지부는 지난 11일 '의정합의 이행추진단'이라는 명의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2일 비대위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은 의료기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참여가 아니라 기존 원격의료 시스템의 개인정보 보안성에 대한 전문가 자문단 선정을 5월말까지 마무리하는 내용일 뿐"이라고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에 있어 의협이 제대로 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의원회 비대위 개점휴업?…집행부 참여 의사 없어 난감한 상황

 

그렇다고 해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원천 반대'라는 정기대의원총회 결의 사항과 제3기 비상대책위원회 역할이 원활히 이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이끌고 가겠다며 공언했던 비대위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개점휴업' 상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대의원회 관계자는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2차 의정협의 결과에 관한 의협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지만 복지부는 현 집행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의원회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대위 구성 자체에 의미를 뒀지만 복지부는 그 간 의정협상을 이어온 현 집행부를 상대하기 편한 카운터 파트너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비대위 입장에서도 현 집행부가 새 비대위에 참여 의사를 고사하고 있는 상태에서 난감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회장 탄핵 등 적지 않은 갈등과 진통 끝에 구성됐음에도 비대위는 지금까지 그 어떠한 투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비판했다.

 

그는 “복지부 계획대로만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 시간적인 여유를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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